‘2009년 3월 두번 접촉’ 청와대 출입내역서 확인
‘대포폰’ 준 최종석과는 사찰뒤 4번 등 7번 만나
청와대 “업무상 만난 것”…최종석 징계 않기로
‘대포폰’ 준 최종석과는 사찰뒤 4번 등 7번 만나
청와대 “업무상 만난 것”…최종석 징계 않기로
이인규(54·구속)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며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으로 지목돼온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사찰에 청와대 ‘비선 라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이지만 청와대는 “포괄적인 업무협의를 위한 방문이었을 뿐”이라며 여전히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8일 검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이 전 지원관의 청와대 출입내역(2008년 7월~2010년 6월)을 보면, 이 전 지원관은 업무상 관련 있는 민정수석실뿐만 아니라, ‘비선 라인’으로 꼽혔던 고용노사비서관실과 수차례 접촉했다.
이 전 지원관은 청와대에서 이영호 전 비서관을 2009년 3월24일과 27일 두차례 만났다. 또 지원관실의 장아무개 전 주무관에게 ‘청와대 대포폰’을 제공한 최종석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7차례 만났다. 특히 이 전 지원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6·엔에스한마음 전 대표)씨를 사찰한 직후인 2008년 9~10월 사이에만 최 행정관과 4차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에 대한 사찰 내용이 최 행정관을 통해 이 전 비서관에게 직접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 이인규 전 지원관, 최 행정관 모두 포항 출신이다. 이 전 지원관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조재정 전 선임행정관도 두차례 만났다.
이 전 지원관은 이밖에 권재진 민정수석(6차례),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1차례), 이강덕 전 공직기강팀장(현 경기경찰청장·15차례), 장석명 전 공직기강팀장(현 공직기강비서관·27차례) 등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만났다.
검찰은 이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도 ‘범죄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발견하고, 이 전 지원관 등에게 청와대에 출입한 이유를 추궁했었다”며 “공모·지시관계를 입증할 수 없으면 같은 곳에서 근무한 사람이라도 처벌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여러 사실관계와 정황들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원충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수첩, 최종석 행정관의 ‘대포폰’ 제공, 사찰 피해자들의 주장에다 이인규-이영호 접촉까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 뒤에는 ‘버티기’로 일관하는 청와대가 있다.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지원관의 청와대 출입에 대해 “공직기강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람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청와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협의차 방문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장아무개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제공해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도운 의혹을 받은 최종석 행정관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행정관은 불법사찰에 관계되지 않은 것으로 검찰에서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며 징계 여부 논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어떻게든 불법사찰 문제가 청와대 담장 안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준범 노현웅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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