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도산 안창호의 강산개조론과 거듭 연결지었다.
이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국토해양부로부터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이 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고, 그러한 꿈에 도전하는 긍지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개발 사업은 내년 1년이면 거의 끝날 것이다. 상반기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국토개발은 환경파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날은 녹색성장 틀 내에서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 특히 4대강 사업은 더더욱 말할 것 없이 친환경적 개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9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에서도 “90년 전인 1919년 도산 안창호 선생도 강산개조론을 강조하실 정도로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4대강 사업에 빗댄 적 있다. 당시 도산이 세운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의 문성근 정책실장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도산이 국토를 개조하고자 한 것은 당시 우리 민족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여 제대로 보존하지 않은 것을 우려한 말이다. 도산 선생은 ‘강산이 황폐해지면 민족도 허약해진다’고 명확히 선언했다”며 “이 대통령은 도산의 말씀과 전혀 상반되는 토건 시절 방식의 태도를 취하면서 곡학아세했다”고 반박했다.
강산개조론은 도산이 상하이 임시정부 내무총장과 국무총리 대리를 겸하던 1919년 상하이에서 한 연설로, 한국의 문명화를 위해 교육, 종교, 농업, 토목, 풍속, 의식주, 도시, 농촌, 강산 등 “모든 것을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으로 4대강 사업 완공을 ‘도산의 꿈 실현’이라는 반열로 끌어올렸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국민여론 무시, 날치기 예산 확보, 환경파괴 등 불법·탈법·편법으로 얼룩진 사업이 어찌 도산 선생의 뜻이겠느냐”며 “도산 선생의 고귀한 뜻을 왜곡하는 아전인수의 극치이자 선생을 4대강 홍보에 이용하려는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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