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기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공단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개각 면면 살펴보니
대선캠프 인물 정병국·이동관·박형준 등 7명 임명
청 수석출신 정동기 감사원장 ‘독립성 훼손’ 논란
종편 발표날에 기습 단행해 ‘비판 물타기’ 의혹
대선캠프 인물 정병국·이동관·박형준 등 7명 임명
청 수석출신 정동기 감사원장 ‘독립성 훼손’ 논란
종편 발표날에 기습 단행해 ‘비판 물타기’ 의혹
이명박 대통령의 12·31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측근들을 청와대와 정부 주요 포스트에 대거 불러들여 친위체제를 한층 강화한 점이다. 이날 발표된 18개 자리 중에 핵심적인 7개 자리가 여기 해당한다.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내 식구들’을 요직에 무더기로 채워넣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대선 캠프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으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이동관 언론특보, 박형준 사회특보 내정자와 김대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내정자는 모두 대선 때부터 정부 출범 이후까지 청와대와 대통령 자문기구(민주평통)에서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신학수 청와대 총무비서관 내정자는 1993년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인물이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측근·돌려막기 인사’를 한 것은 집권 4년차를 맞아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막고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내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이렇게 하더라도 2011년엔 심판받을 전국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는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일고 있다. 정 후보자는 대검 차장이던 2007년 8월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해 이 대통령을 경선 최대 위기에서 구해줬고, 지난해 7월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때는 인선과정 책임을 지고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났다. 이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갖고 있는 핵심 측근인 셈이다.
특히 1963년 감사원이 설립된 뒤 대통령이 자신의 청와대 참모를 감사원장에 기용한 적은 박정희 시절인 1976년 신두영(대통령 사정특보 출신) 원장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이런 점 때문에 “청와대 참모 출신을 감사원장에 보내면 국민이 곱게 봐 주겠냐”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왔다.
또 민주당은 정 후보자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뤄지던 2008~09년 민정수석이었던 점을 들어, 그를 부적격 인사로 꼽고 있다. 정 후보자는 “불법사찰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판 소지들을 고려해 인사 발표 날짜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 우호적 매체들인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와 <연합뉴스>가 각각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이날 선정·발표된 데 따른 비판과 인사에 대한 비판이 서로 희석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조차 지난 30일 밤 “종편 물타기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게 뻔한데 개각 발표를 동시에 하겠느냐”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종편 발표와 인사는 연계 요인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개각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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