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박승호 포항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폭설 피해 상황을 직접 챙긴 것을 두고 민주당이 대통령으로서 고향만 생각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포항의 강설량이 1942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밤 11시53분께 박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속한 복구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포항에 폭설이 내렸다는데 피해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으며, 박 시장은 “비닐하우스 100여동이 파손됐고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 도로 사정에 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고, 박 시장은 공무원과 군병력을 투입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른 시간 안에 원활하게 소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2009년 9월 영일만항 개장식에 참석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지역 현안까지 챙겼다. 이 대통령은 박 시장에게 영일만항 개장 당시 철도인입선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돼 가느냐며 그게 빨리 돼야 한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포항이 상당히 활력있게 움직이고 있으며 시장이 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격려하고 “고향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고향 챙기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4당 원내대표 조찬회동에서 “남부지방에 폭설이 쏟아졌는데 이 대통령은 고향인 포항시장에게만 전화를 걸어 후속조치를 묻고 염려했다”며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포항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주장하면서 포항만 챙기고, 형님은 포항 예산만 챙긴다면 이것은 불공정한 사회”라며 “참으로 불행한 시대의 대통령을 두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들이 전국에 창궐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사람도 살기 어렵고 소, 돼지도 살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포항 노인요양센터에서 큰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을 때도 애도를 표시하고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수습 대책을 잘 세우라고 지시한 바 있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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