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보은인사’ MB에 직언할 인물 없어
참모들 “대통령 의중 때문에 한계” 변명
여, 공개제기 자제속 임태희 실장에 화살
참모들 “대통령 의중 때문에 한계” 변명
여, 공개제기 자제속 임태희 실장에 화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임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또 한번 ‘빨간불’이 켜졌다. 인사실패가 반복되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책임론도 정치권에서 번지고 있다.
정 후보자가 사퇴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중도하차하는 8번째 사례가 된다. 지난해 7월 임태희 대통령실장 취임 뒤에만 6개월 사이에 김태호 국무총리, 신재민·이재훈 장관 후보자에 이어 4번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차출한 뒤 석달을 고민하다 발표한 정 후보자 인선은 여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정면으로 거부당해, 최악의 ‘인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때 수석급 인사기획관을 신설했으나, 줄곧 공석으로 두다가 지난 연말에 폐지했다. 지난해 8월 김태호·신재민·이재훈 후보자 낙마 뒤에는 자기검증서를 200개 항목으로 늘리고, 청와대 내부 모의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동기 사태’에서 보듯,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며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잇따르는 인사 실패의 근본 원인은 회전문·측근·보은 인사 스타일을 버리지 못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있다. 청와대가 감사원장감으로 검토해온 사람이 정 후보자 외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김경한 전 법무장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아니되옵니다’라며 제동을 걸지 못한 참모들이 책임져야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문책론자들의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으로서 애초부터 부적합 인물이었다”며 △감사원 독립성·중립성 훼손 △고액 수입에 대한 국민 반감 △민간인 불법사찰과 ‘도곡동 땅’ 이슈 환기 △여당과 야당의 반발로 국회 표결 난항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의견들을 이 대통령에게 강하게 제기한 참모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 지명 직후 여론 악화에도 청와대 참모들은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도 로펌에서 고액 급여를 받은 게 논란이 됐지만 낙마하지는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장이 된 전윤철 사례도 있다”는 군색한 논리로 방어막을 치기에 급급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정 후보자 낙마가 기정사실화된 뒤에야 “대통령의 의중이 처음부터 정 후보자에 실려 있어, 한계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청 공멸을 우려해 청와대 참모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겨냥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가장 큰 책임이 임 실장”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각종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임 실장이 정 후보자의 경동고 후배라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주변에서 사람을 찍고, 참모진은 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따르다보니 200개 항목의 자기검증서는 요식행위처럼 돼 버렸다. 임 실장과 정무, 민정, 홍보수석 등이 참석하는 내부 모의청문회도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끼리 마주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굳히는 자리로 전락해버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도대체 모의청문회에서는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정동기, 민간인 사찰 보고 받았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검 디지털수사관실이 작성한 문서를 들어 보이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서는 대검 디지털수사관실이 서울 중앙지검의 의뢰로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에 있는 ‘동자꽃’(총리실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의 아이디)에 관한 내용을 파악해 보고한 것이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며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잇따르는 인사 실패의 근본 원인은 회전문·측근·보은 인사 스타일을 버리지 못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있다. 청와대가 감사원장감으로 검토해온 사람이 정 후보자 외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김경한 전 법무장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아니되옵니다’라며 제동을 걸지 못한 참모들이 책임져야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문책론자들의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으로서 애초부터 부적합 인물이었다”며 △감사원 독립성·중립성 훼손 △고액 수입에 대한 국민 반감 △민간인 불법사찰과 ‘도곡동 땅’ 이슈 환기 △여당과 야당의 반발로 국회 표결 난항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의견들을 이 대통령에게 강하게 제기한 참모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 지명 직후 여론 악화에도 청와대 참모들은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도 로펌에서 고액 급여를 받은 게 논란이 됐지만 낙마하지는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장이 된 전윤철 사례도 있다”는 군색한 논리로 방어막을 치기에 급급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정 후보자 낙마가 기정사실화된 뒤에야 “대통령의 의중이 처음부터 정 후보자에 실려 있어, 한계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청 공멸을 우려해 청와대 참모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겨냥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가장 큰 책임이 임 실장”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각종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임 실장이 정 후보자의 경동고 후배라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주변에서 사람을 찍고, 참모진은 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따르다보니 200개 항목의 자기검증서는 요식행위처럼 돼 버렸다. 임 실장과 정무, 민정, 홍보수석 등이 참석하는 내부 모의청문회도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끼리 마주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굳히는 자리로 전락해버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도대체 모의청문회에서는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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