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뒤집을생각은 없지만
법적과정 부각해경쟁지역 달래기
법적과정 부각해경쟁지역 달래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방송좌담회에서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이라는 대선 공약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충청도와 정치권이 “약속 위반”이라며 반발하는 등 시끄럽다.
청와대 참모들은 6일 이에 대해 “과학벨트는 민감하게 논란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는 과학벨트가 충청권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다만 이 대통령이 정해진 법 절차에 앞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현재 객관적 조건으로만 봐도 충청권이 과학벨트 입지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세종시(충남 연기·공주)가 도시기반계획이 완성돼 있고, 인근에 기업연구소와 대학이 모여 있으며, 접근성이 뛰어나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적합하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도 대선 때와 취임 뒤 이런 점을 들어 대덕-세종시-오송·오창을 잇는 과학벨트 구상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세종시의 경우 1조원 안팎의 과학벨트 부지조성 비용이 절감되는 경제적 이점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대선 공약을 번복해 충청도를 영영 등 돌리게 할 수 없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말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종시는 지난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과학벨트를 ‘제2의 세종시’로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법 절차 때문이라는 게 참모들의 얘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라 오는 4월5일 과학벨트위원회가 발족해 입지를 선정·발표하게 돼 있는 만큼 그전까지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좌담회에서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과학벨트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지역의 반발을 가라앉히면서 선정 결과에 정당성을 실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벨트를 두고 충청과 대구·경북, 광주·전남, 경기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입지 선정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