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온두라스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온두라스 대통령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차관급·청와대 참모, 영남출신 36%
10%대 머물던 고대 출신 18%로 껑충
“인재풀 폐쇄적…소통 실패” 비판 외면
10%대 머물던 고대 출신 18%로 껑충
“인재풀 폐쇄적…소통 실패” 비판 외면
정부 고위직 편중인사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공정사회는 사회 각 분야를 이끄는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대통령인 저부터 적극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주로 헌법상 국민의 의무인 병역·납세·교육·근로와 관련한 ‘정책 과제’ 실천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공정한 인사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게 공정사회로 가는 첫 걸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때부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인사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 3년간 상황은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들의 출신 지역에서는 영남 독주, 대학에서는 고려대 약진이 눈에 띈다.
정부 장·차관급과 청와대 비서관 이상 참모들 165명 가운데 영남 출신은 60명(36.4%)이다. 10명에 4명 가까이가 영남인 셈이다. 반면 호남 출신은 14.5%(24명)에 그쳤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25~30%에 이르던 호남 비율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폭 줄었다.
영남 편중은 정부 장·차관급이나 청와대 비서관 이상 참모들에서나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관 이상 참모 64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이 18명(28.1%)으로, 서울·경기와 똑같다. 부산·경남은 6명으로, 영남(24명)이 37.5%에 이른다. 정부 장·차관급(101명) 가운데 영남은 대구·경북 19명, 부산·울산·경남 17명 등 36명으로, 35.6%다.
정부와 청와대 고위직 165명의 출신 대학은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비중이 가장 높다(50명, 30.3%). 그러나 이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차관급 이상 공직자들 가운데 서울대 출신 비중이 각각 65.7%, 56.9%, 52.7%에 이르던 것에 견줘 매우 낮아진 것이다. 그 대신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려대 출신이 18.2%(30명)로, 10% 안팎에 머무르던 과거 정부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영남 편중, 고려대 약진 현상은 한나라당의 지역적 지지기반이 영남이라는 점과, 이 대통령이 경북 포항에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아는 사람, 써본 사람’을 선호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측근 돌려막기’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2~3차례씩 장관급 요직에 재기용되는 인물은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류우익 주중 대사, 이재오 특임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10여명에 이른다. 김황식 국무총리(전 감사원장), 원세훈 국정원장(전 행정안전부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특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전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이동관 언론특보(전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도 여기 포함된다.
돌려막기 인사가 잦은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사태를 겪으면서 ‘청문회를 통과해 본 안전한 인사’에 의존하게 되는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년간 무려 8명이 국회 인사청문회 앞뒤로 사퇴했다.
그러나 편중, 돌려막기 인사의 근본 원인은 인재 풀을 과감하게 넓히기를 꺼리는 이 대통령과 참모들의 인식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5개월 공석 끝에 양건 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낙착된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을 두고도, 청와대는 내심 ‘말이 통할 사람’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감사원의 독립성에 걸맞은 소신 강한 이미지의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내부의 부정적 기류를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일 잘 하는지 여부를 인사로 판단한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인사를 ‘통합을 위한 정치’로 보지 않고 효율성과 팀웍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인식을 바꾸고, 참모들도 대통령을 따르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강만수, 곽승준, 원세훈, 이현동, 조현오
이명박 정부에서 2~3차례씩 장관급 요직에 재기용되는 인물은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류우익 주중 대사, 이재오 특임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10여명에 이른다. 김황식 국무총리(전 감사원장), 원세훈 국정원장(전 행정안전부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특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전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이동관 언론특보(전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도 여기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 차관급 이상(101명) 및 청와대 비서관 이상 (64명) 출신대학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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