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의원들 긴급 대책회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가 기정사실로 알려진 30일 오후 대구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유승민 의원 사무실에서 비공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파장] 여권 내분 ‘임기말’ 연상
신공항·국방개혁 등 싸고 ‘권력 파열음’
역대 대통령 ‘측근비리로 추락’과 대비
청와대 ‘국정장악력 약화 가능성’ 탄식
신공항·국방개혁 등 싸고 ‘권력 파열음’
역대 대통령 ‘측근비리로 추락’과 대비
청와대 ‘국정장악력 약화 가능성’ 탄식
“측근 비리보다 정책 갈등으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오는 거 같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30일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 대선 공약을 ‘없던 일’로 함에 따라 영남권의 반발과 여당인 한나라당의 내분이 심화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탄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영삼·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후반기에 가족·측근 비리로 곤두박질쳤는데, 이 대통령은 임기 2년이나 남기고 정책 이슈에서부터 힘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공항을 비롯해 국방개혁, 정치자금법 개정 등 최근 정책을 둘러싼 파열음은 임기말을 연상시킨다.
신공항 백지화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타당한 결과일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영남 민심을 험하게 만들 악재다. 특히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영남권 의원들이 ‘굿바이 이명박’을 선언하고 차기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 곁으로 이탈해 현 정부에 날을 세우게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날 ‘이 대통령 탈당’ 주장까지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는 소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부산 공략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올 경우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더 난처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대통령이 후반기 중점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307계획’을 두고 예비역 장성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것이나, 청와대가 기업·단체의 정치자금 허용에 반대하자 중앙선관위가 “불쾌하다”고 재반박한 것을 두고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임기 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2009~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다가 국민적 신뢰와 충청권 민심을 잃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분산배치론’이 일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도 이 대통령을 정치적 시험대에 세운 정책 이슈다.
문제는 청와대 내부도 정책 중추부로서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방개혁과 관련해 청와대 일부 참모가 “방해자는 옷을 벗기겠다”고 군을 자극하고, 대변인은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선 사례는 청와대 참모진의 일체감이 떨어진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T-50 고등훈련기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성사될 것’이라는 얘기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참모 입을 통해 29일 섣불리 보도된 것을 두고도, 청와대 안에서는 “내부 기강이 풀렸다”는 탄식이 나왔다.
고물가·전세난 등 최근의 민생 현안도, 이 대통령에게 ‘경제 살리기’를 기대했던 지지자들에게 피로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책에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하면 집권 후반기 연착륙을 할 수가 없다”며 “당·정·청이 전열을 가다듬고 긴장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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