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신공항 사과’ 회견]
이명박 대통령은 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한겨레>를 두차례 언급했다. 전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비판한 데 대한 질문을 받고서다.
이 대통령은 머리발언을 3분 이내로 짤막히 한 뒤, 곧장 기자들과의 질문·답변에 들어갔다. 질문 기자와 순서, 주제는 출입기자들이 사전에 논의해 정했으며, 청와대 쪽에는 미리 질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공항 백지화와 관련한 문책론, 지역균형발전과 영남권 보완대책 등에 대한 질문에 이어 네번째로 <한겨레> 기자가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웃음기 띤 얼굴로 “지금, 한겨레신문이죠?”라고 되묻고 잠시 뜸을 들인 뒤 “박 전 대표와 관계를 너무 그렇게 보실 필요 없다. 선의로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구인 고향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도 나는 이해를 한다. 그러나 또 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도 (박 전 대표가) 아마 이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언론에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갖고 ‘크게 마찰이 생겼다’, ‘충돌이 생겼다’ 이렇게 보도는 한겨레신문에서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오늘 아침 <한겨레>가 박 전 대표와 대통령의 갈등을 다른 신문들보다 부각시켜서 쓴 것을 보고 하신 말씀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립각을 주요하게 다뤘고, 이에 대한 이 대통령 답변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한겨레>를 특정해 연거푸 언급한 것은 평소의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그러실 필요는 없었는데…”라고 했다. “친근감의 표시 아니겠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회견은 ‘진정성’과 ‘소통’을 강조하고자, 사회자 없이 이 대통령이 직접 질문 기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거 회견보다 개방된 분위기 탓인지 이 대통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이름을 “김진관”이라고 하거나, 천안함 ‘46 용사’를 “49 용사”로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기자회견, 방송연설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은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와 관련해 두 차례, 2009년 세종시 수정, 지난해 연평도 피격 때에 이어 이번이 다섯번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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