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김무성(왼쪽) 원내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이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4·27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소장파, 의총 소집 요구해 표대결…당, 절차상 이유 유보 결정
내홍 휩싸인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청와대를 포함한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하지만 정작 쇄신 방안을 두고는 계파별 권력투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28일 아침 안상수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예상보다는 빠르지만 예정된 수순이었다. 앞으로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기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절차는 간단해 보이지만, 곳곳에 지뢰가 있다. 당장,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일정을 두고 격한 갈등이 빚어졌다. 안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 등은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를 준비하는 ‘예비 회의’(티 타임)에서 경선 일정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고성도 오갔다. 배은희 대변인은 아침 회의 뒤 “경선을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 관계자는 “여러 최고위원들이 경선을 미루자고 했지만, 안 대표가 2일 실시 방침을 확정지었다”고 말했다.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 소속 의원 등은 즉각 반발했고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오후에 열린 의총에선 양쪽 의견이 맞선 끝에 막판엔 표대결까지 이뤄졌다. 경선을 미루자는 의견(44명)과 예정대로 하자는 쪽이(43명)이 팽팽했다.(기권 3명). 하지만 한나라당은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29일 아침 의총과 최고위원회를 다시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원내대표 경선 일정을 둘러싼 양쪽 대립은 계파 다툼의 성격이 짙다. 친이재오계 등 주류 쪽은 경선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친이 주류 쪽의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등 현안이 많은데 원내대표마저 없으면 국회가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특임장관실 관계자도 “새로 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친이 비주류 쪽은 ‘경선 강행’을 친이재오계의 당권 장악 시도로 보고 있다. 비주류 쪽 한 초선 의원은 “지금 판을 새로 짜야 하는데 안경률 의원을 원내대표로 삼아 당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청와대 책임론까지 터져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 양 호가호위해도 제어가 안 된다. 레임덕은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조기 전당대회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소장파 의원들 중심으로 세대교체론도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분당을에서 유권자는 미래형 이미지의 손학규 대표를 선택했다”며 “한나라당도 간판 교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간판 교체는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재보선 패배로 몇 차례나 지도부를 갈았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도부 교체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공룡정당이 사즉생의 각오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여권에서 분출된 쇄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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