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총선 나갈 사람들 5월중 정리하라” 전면쇄신 카드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국을 공식 방문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영접하기 위해 본관을 나서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은 4·27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내각 개편 전망
‘분당 패배’ 문책 임 실장 등 교체 의지
후임에 박형준·류우익·원세훈 등 물망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당정청 전면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온 이 대통령에게, ‘성남 분당을 한나라당 패배’로 상징되는 4·27 재보선 충격은 그만큼 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5월 안에 정리하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내각과 한나라당 쇄신을 주문한 데서 나아가, 출마를 준비중인 임 실장과 일부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4·27 재보선 뒤 농림수산식품부 등 5개 부처 개각만 하고, 청와대 개편은 올 하반기에 하려던 애초 구상과는 다른 선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분당 패배로 당이 출렁이는데 내각만 개편하고 청와대는 그대로 갈 수는 없다”며 “5월 중에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뒤 한달 만에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박형준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을 교체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임 실장을 교체하기로 한 배경은 역시 분당 패배가 결정적이다. 임 실장은 분당을 후보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아내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시키는 방식으로 강재섭 후보를 지원했고, 이 대통령도 이런 처신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임 실장 체제를 몇 개월 더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를 함께 개편하기로 함에 따라 인선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로 연동돼 있어 인사 폭과 내용(인물), 시기가 모두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핵심 고리는 후임 대통령실장이다. 이 대통령과 남은 임기를 함께할 마지막 대통령실장에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인선이 영향을 받는다. 청와대 안팎에서 대통령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보, 류우익 주중대사, 원세훈 국정원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박형준 특보를 대통령실장으로 선택한다면, 내각 개편은 그동안 준비해온 대로 다음주 초 5개 부처 장관을 대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어 5월 하순에 청와대를 개편하는 일정이다.

이 경우 통일부 장관에 류우익 주중대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유력하다.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거론된다. 환경부 장관 후보에는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이,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로는 최재덕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 등이 거명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다른 사람을 대통령실장으로 고른다면 인사 폭이 커지면서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5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을 대통령실장에 기용할 경우, 새 국정원장 인선까지 폭이 넓어진다. 이 경우 현재까지 통일부 장관 후보로 유력한 류 대사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후임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쇄 이동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수석의 경우,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정진석 정무수석, ‘장수 수석’인 권재진 민정수석, 진영곤 고용복지수석 등이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개각 인선을 두고 청와대 안에서는 “재보선 결과를 고려할 때 ‘측근 인사’, ‘돌려막기 인사’ 비판이 또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어, 기존 후보들이 새 인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준범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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