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자 정리’ 대통령 발언에
“전면교체론, 외부세력 장난”
“전면교체론, 외부세력 장난”
#1. 청와대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한 참모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5월 중에 정리하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역구를 새로 맡아서 출마할 사람은 미리 나가서 준비해야 한다. 정부 부처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출마 경험이 없는 사람 중에서 지역구를 처음 맡아서 출마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5월” 시점을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지역구 국회의원 출신으로 내년 출마가 예상되는 임 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김희정 대변인, 이성권 시민사회비서관 등은 개편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2. 이 관계자의 발언을 접한 복수의 청와대 고위 인사들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들은 “이 대통령 말씀은 포괄적으로 ‘내년 총선에 나갈 사람들은 다음달 중에 정리하라’는 의미로 보는 게 맞다”며 “그 관계자가 자기 입장에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 또한 지역구 의원 출신으로 내년 출마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이날 상황은 4·27 재보궐선거 패배 뒤 청와대 참모들의 ‘생존을 위한 신경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대통령이 임태희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개편 고민에 들어간 가운데, 거취가 달린 참모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해석과 전망을 내놓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임 실장을 포함한 대대적 개편에 무게를 두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정·청 전면쇄신을 위해서는 임 실장 교체가 불가피하고, 이미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임 실장 체제를 몇 개월 더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임 실장의 사의 표명에 재신임을 표시하지 않고 별 언급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실장과 거취를 함께할 가능성이 높은 주요 참모들 쪽에서는 “이 대통령은 ‘선거는 당에서 치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임 실장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성남 분당을에서 졌다고 청와대까지 전면적으로 흔들 일은 아니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임 실장이나 주요 수석들은 그들의 정치 일정에 맞춰 하반기 이후에 움직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람을 확확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면교체론은 바깥에서 청와대를 흔드는 세력의 장난”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비춰 보면 답은 정해져 있는데 서로 ‘5월에 바꾼다’, ‘몇 개월 뒤에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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