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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삼성, 몸낮춰 ‘휴전’ 제의…청 “아직 계산 안끝났다”

등록 2011-05-02 08:16수정 2011-05-02 10:49

청와대·정부와 삼성이 주고받은 말
청와대·정부와 삼성이 주고받은 말
‘경제 낙제점’ 발언으로 촉발된 정치권력-경제권력 기싸움
이건희 ‘연기금 주주권 환영’
화해 제스처에도 갈등 계속
청 ‘친기업 정책’ 해줬더니…
일자리 창출 소홀 등 불만
청와대와 삼성 간의 물밑 기류가 심상찮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삼성하고는 애증의 관계”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최근 “삼성과 아직 계산이 안 끝났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낙제점’ 발언, 연기금의 주주권 적극 행사 등의 문제를 두고 불거진 양쪽의 미묘한 신경전이 아직 진행형이란 이야기다.

양쪽의 충돌이 표면화한 것은 3월10일 이 회장의 ‘낙제점’ 발언이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이 현 정부 경제성적을 두고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청와대 참모들은 “가만있어선 안 된다”며 격앙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낙제’ 발언은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인식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라고 했다.

삼성 쪽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삼성 고위 인사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회장이 원래 칭찬을 잘 안 하시는 분이다. 그 발언은 현 정부가 잘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쪽은 “그게 말이 되느냐”며 삼성을 거세게 압박했다.

나흘 뒤인 3월1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이 회장 발언에 대해 “정부 정책 중 어떤 면이 낙제점을 면할 정도인지 묻고 싶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와 교감한 발언이었다.

3월16일에는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사장단회의를 통해 “이 회장 발언은 진의가 그게 아니었다”고 대신 해명했다. 삼성은 청와대에 “이 정도면 됐느냐”고 타진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싸늘했다. 삼성 고위 인사는 이 회장 출국(3월31일)을 앞두고 청와대에 다시 연락해, “이 회장이 출국길에 말을 하면 되겠느냐”면서도 “그런데 이 이슈가 가라앉았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지…”라고 분위기를 살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일이 가라앉을 일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장은 출국길에 기자들에게 “내 뜻은 경제성장이 잘됐다는 것이었는데 잘못 전달됐다”고 직접 해명했다.

4월 초에는 삼성 계열사 3~4곳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삼성이 추징금 수백억 뜯긴다고 별로 아파하지도 않는다. 세무조사는 낙제 발언과 관련 없다”며 “삼성이 가장 아파할 대목은 로열패밀리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에서 나온 것을 검찰 수사로 연결할 것인지는 정권 마음에 달린 것 아니냐”는 관전평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제기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지난 28일 “공개적인 주주권 행사는 오히려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 회장이 수가 높다는 느낌이 든다”고 응수함으로써 겉으로는 양쪽의 신경전이 휴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와대엔 삼성에 대한 뿌리깊은 서운함이 깔려 있다. 청와대 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친기업’(비즈니스 프렌들리)을 내세워 각종 규제를 풀고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까지 뒷받침해준 것에 비해, 삼성 등 대기업은 수백조원의 현찰(유보금)을 쌓아둔 채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불만이 많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삼성을 마구 밀어붙일 수도 없는 처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얄밉지만 막강한 힘과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마찰로 비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곽승준 위원장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일자리 창출’이고,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일 경제 5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정부의 ‘친기업·친시장’ 기조는 분명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기여 확대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돌격대장’인 곽 위원장은 연기금 활용이라는 칼집 속의 칼을 살짝 보여주고, 이 대통령은 ‘꼭 그런 뜻은 아니고…’라며 삼성 등 재계를 달래는 ‘양동작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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