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질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금감원 질책한 이대통령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감독원 방문에 대해 “이 대통령이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함께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저축은행 특혜 인출 사태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를 반영한 신랄한 표현들을 동원해 금감원을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공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서 금감원이 과연 무엇을 했는가 생각했다”며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 직원들이 재직중 퇴직 이후 재취업 자리에 신경 쓰고, 실제로 나중에 금융회사에 취업해 공직 경험을 로비에 활용하는 관행을 여러차례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 직원의 평균 연봉이 9천만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뒤, “그런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끝나고 나서 기능을 제대로만 하면 얼마나 좋겠냐. 그러나 불행히도 여러분이 그간의 경륜과 경험을 대주주 비리에 합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되돌아보면 금감원이 어제오늘 한두번 위기를 맞이했던 게 아니다. 1997년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금융 신뢰가 떨어졌고,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도 거대한 금융의 비리나 주주의 횡포가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됐다”며 “신용이 생명인데 신용을 감독하는 기관이 신용이 추락하면 중대한 위기이고, 금융의 모든 산업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997년 이후 카드 사태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문제가 예고됐지만 감독받는 기관이 감독하는 사람보다 더 대비를 철저히 해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문제를 못 찾은 것인지, 안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 10~20년 훨씬 전부터 이런 관습은 눈에 보이지 않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여러분은 신분을 보장받지만 국민의 분노는 법을 갖고 여러분의 신분을 지키기에는 스스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는데 아직도 후진국에 있을 법한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철밥통’ 인식 철폐와 국가 신뢰의 문제로까지 연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일은 과거에 있었던 대로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의 자체 개혁 방안을 나름 평가하면서도 “여러분의 손으로만 하기에는 과거 관례를 보면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자체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외부로부터의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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