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안팎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3일 회동 뒤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청와대는 “그동안의 관례”라며 회동 관련 브리핑을 박 전 대표 쪽으로 넘겼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일행은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낮 12시부터 1시간25분 가량 한식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는 박 전 대표의 유럽특사 방문을 수행했던 한나라당 권영세·권경석·이학재·이정현 의원과,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오찬에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네덜란드·포르투갈·그리스 유럽 3개국 특사활동 전반에 대해 보고했다. 박 전 대표는 방문국가들이 바라는 점과 한국에서 챙겨야할 점 등에 대해 말했고,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에게 지시해 조처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일행을 남겨둔 채 별실로 자리를 옮겨 오후 2시20분까지 약 55분간 단독회동을 했다. 단독회동에서는 대학등록금, 저소득층 지원 등 민생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고 양쪽은 전했다.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 구성이나 내년 대선에서의 협력 또는 중립 유지 등에 관한 얘기들이 오갔을 법하지만,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쪽은 기자들에게 언급을 피했다. 지난해 8월 단독회동 뒤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던 것과 대조된다. 최근 민생이나 남북관계 등 현안들이 산적한 점과, 한나라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는 박 전 대표에게 정진석 정무수석이 “브리핑은 박 전 대표께서 다 해주십쇼”라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정 수석은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라며 밝게 웃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쪽 모두 회동에 대해 매우 흡족해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인왕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박 전 대표 일행에게 “특사단 고생했다. 고생 많았다”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박 전 대표가 다녀온) 포르투갈은 정상회담 기회가 없어서 한국이 오기를 기대했다. 대접 잘 받지 않았느냐”며 박 전 대표에게 관심을 표했다. 박 전 대표는 “직항이 없어서 리스본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로마에서 먹고, 저녁은 아테네에서 먹었다. 이틀마다 한 번씩 비행기를 탔다”고 소개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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