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왼쪽) 등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박2일 장·차관 국정토론회
“임기 말이라고 공직자들 기웃기웃” ‘정치권 줄대기’ 비판
“벌써 보따리 싸는 사람처럼 일하면 안돼” 초심 강조
“임기 말이라고 공직자들 기웃기웃” ‘정치권 줄대기’ 비판
“벌써 보따리 싸는 사람처럼 일하면 안돼” 초심 강조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반값 등록금’ 논란과 관련해 “어떻게 반값이 되느냐. 안 된다고 알면 교육부 장관이 할 역할은 이 기회에 새로운 대학의 질서를 다시 만들고, 대학교수들도 새로운 자세로 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대학들이 얼마나 안일하게 해왔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반값 등록금은 불가능하고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는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 자체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나는 외국에서 명예박사학위 받은 것밖에 없는데 총장이 계속 도네이션(기부)해달라고 편지가 온다. (외국 대학) 총장은 일년 열두달 세계를 돌아다닌다”며 “우리 총장들은 등록금 받아서 (대학 운영)하고 정부에 로비해서 연구비 타서 연구하는 것처럼 하고 학교에 쓰고 지내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 80여명을 앞에 두고 ‘정신무장’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최근 이뤄진 내각과 청와대 진용의 일부 개편에 맞춰, 흐트러진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고 집권 후반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은 29분에 걸친 머리발언에서 사실상 정부 모든 부처를 거론하며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여느 때와 다른 비장한 생각을 갖고 모였다”며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고 공정사회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보면 과거에 관행적으로 했던 것들이 전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토해양부의 향응 연찬회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연찬회 하고 업자들이 뒷바라지해주던 게 오래전부터 있었다. 나도 민간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데가 그랬다. 법무부 검사들도 술 한잔 얻어먹고 ‘이해관계 없이 먹은 거니 아무것도 문제될 거 없다’고 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과장만 되면 대학 총장들 오라 가라 했다”며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하면 안 맞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과 비리가 우리 정권에서 유난한 게 아니라 과거 10년, 20년 전부터이지만 이제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이번 기회를 관행적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는 계기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이건 사정과 관계없고 사정과 다르다. 사회를 새로운 기준으로 올려놓기 위한 몸부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초심’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일을) 더 벌이지 말고 마무리하고 말자’고 한다. 하지만 보따리 싸는 사람처럼 하면 일이 안 된다. 보따리는 (떠나기) 전날 싸면 되지, 1~2년 전에 싸면 뭐가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권이 말만 꺼내고 흐지부지되니까 (내 임기가) 1년8개월밖에 안 남았으니 넘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일이 안 된다”며 “나는 1년8개월 남은 임기를 임기 초라는 기분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행정부가 임기 말이니까 어쩌고저쩌고 생각하면 국민, 국가를 위한 자세가 아니다. 공직자들이 기웃기웃하고…”라며 내년 대선을 앞둔 공무원들의 ‘정치권 줄대기’를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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