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왼쪽) 등이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MB “온통 나라가 비리투성이” 발언 도마위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29분간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동안 취재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줄 몰랐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기자들이 모두 행사장에서 퇴장하고 청와대 전속(기록용) 카메라만 남은 걸로 생각하고 장차관, 청와대 수석 80여명에게 작심한 듯 발언했다는 것이다. 할 말을 첫날 다 쏟아낸 탓인지, 이 대통령은 이튿날인 18일에는 토론회 마무리발언마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넘기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의 17일 ‘격정 토로’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19일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을 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밖의 평가는 달랐다. 한 일선 공무원은 “정권 초기 같았으면 엄청난 무게로 받아들였을 텐데, 대체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마치 자기는 깨끗하고 아무 책임도 없으며 다 공직자들이 문제라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남 탓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집권 4년차에 공직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은 모든 정권의 공통된 현상”이라며 “이 대통령의 문제는, 이를 마치 남 얘기하듯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공직자들을 질책하기 전에, 집권 3년4개월 동안 자신은 뭘 했는지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자기반성부터 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국정토론회에서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 “국토부뿐 아니라 여러 곳이 다 그렇다”, “공직자들이 3김시대 행태를 이어온다” 등 온 나라를 부패·구악으로 묘사하면서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그간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비리가 우리 정권에서 유난한 게 아니라 과거 10년, 20년 전에서부터이지만…”이라며 과거 정권으로 뿌리를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공직기강 해이의 원인을 이 대통령의 ‘불공정 인사’에서 찾는 목소리도 크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인사 난맥상을 보이고 있어서 공무원들도 연줄과 이권을 찾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의 영이 서질 않는다. 대통령 본인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출범 때부터 측근·보은 인사를 되풀이하면서 공직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말 따로 행동 따로 리더십’과도 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정사회’를 내건 뒤에도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정동기)을 감사원장에 앉히려 했고, ‘전관예우 철폐’를 주장하면서 전관예우로 로펌에서 고액 월급을 받은 사람(권도엽)을 국토부 장관에 기용했다.
또 이 대통령은 17일 국정토론회에서 공직자들에게 “과거의 경험은 참고할 뿐이지, 과거의 경험 그대로 하면 안 맞는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은 기업경영식 ‘내가 해봤다 정신’을 4대강 사업 등 국정에 강력하게 반영해왔다. 이 대통령은 “내가 기업을 해봐서 아는데”를 비롯해, “내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나도 한때 수재민이어서”,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어서” 등 크고 작은 일에 과거의 경험을 갖다 붙였다. 17일에도 “나도 민간에 있어봐서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 있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공직자들 사이에 이 정부가 공정하다는 인식이 있는지, 없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이유주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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