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7일 청와대 조찬 회동이 끝난 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각각 오전·오후에 걸쳐 2~3차례씩 ‘핑퐁 브리핑’을 이어갔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면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즉각 일부 ‘보정’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퍼즐 맞추기 식으로 드러난 회동 분위기는 ‘팽팽한 신경전’이었다.
회담장에서 손 대표는 의제 관련 서류뭉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이 대통령을 압박했고, 이 대통령은 경청하면서도 ‘할 말’을 했다. 대학 등록금 문제를 두고 손 대표가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이 되도록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걸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야당 내부 사정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성숙하게 가야 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공립대 등록금이 50% 올랐는데 그때는 ‘반값 등록금’ 말이 안 나왔다. 내가 집권하고 3년 동안 평균 3% 정도 올랐는데 반값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했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시스템을 말하며 손 대표가 “유럽이 복지병으로 망한다고 했는데 안 망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런데 유럽 가보면 정상들이 ‘우리 교육 실패했다’고 한다”며 “유럽과 미국의 장점을 따야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가계부채 800조원은 부동산 살리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두고는 두 사람이 공분을 표했다. 손 대표는 “하반기로 미루면 선거정국에 들어가 문제해결을 못 할 수도 있다. 과감하게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 가보니까 저축은행이 몇천억 융자를 해서 아파트를 지었는데 분양이 안 돼서 다 죽게 됐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어떻게 그런 돈이 나갔는지 모르겠다. 매우 화가 났다”고 했다.
회담 말미에는 손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 재추진, 법인세 감세 추진, 홍수기 4대강 공사 중단 등 10여개의 별도 의제들을 열거하며 관련 문건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같은 얘기는 따로 기회를 만들어서 할 문제인데…”라며 ‘의제 외 주제’를 꺼낸 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회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두우 홍보수석과 이용섭 대변인이 배석한 ‘2+2’ 형식으로 진행됐다. 실무협의 과정에서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단독회담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밀실 야합’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 이를 거부했다.
회담 시작에 앞서 해장국 식사를 하면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조용히 치러진 손 대표 딸의 결혼식을 언급하며 “나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연락 안 해서 섭섭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민폐 끼칠까 봐 그랬다. 실제로 서운해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공식적으로는 ‘성공한 회담’으로 평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오랜만에 만났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왔고, 민주당에서도 “손 대표가 좀더 전투력을 보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렸다.황준범 이유주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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