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홍준표 대표(앞줄 맨왼쪽), 유승민 최고위원(오른쪽 두 번째) 등 신임 한나라당 지도부와 오찬을 하기 위해 오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 “거명되는 다른 인물 없다”
검찰총장 후보 놓고 더 고민
검찰총장 후보 놓고 더 고민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13일 한나라당 내부의 반대 목소리는 커졌지만, 청와대는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점을 당 지도부에 설득해서 강행하겠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은 당내 분위기를 대표해 “법무장관 인사와 관련해 당내 부정적 의견이 많으니 충분히 재고해달라”고 말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청문회 통과가 중요 관건이다. 마지막까지 일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의 한 참석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권 수석밖에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괜찮았던 사람들은 전부 로펌에 갔거나 변호사를 하고 있어서 전관예우에 걸린다. 검찰 떠난 사람 중에 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법무장관 후보에 올릴 만한 사람들 가운데 고액 수입이나 병역면제 등 결격사유가 적어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권 수석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에 전혀 흔들림이 없다. 거명되는 다른 후보자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은 여당의 반대 기류를 ‘극복 가능한 수준’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물밑 설득 작업을 통해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를 관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제 반대하는 사람은 남경필 최고위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언론에 말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적극 반대가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 기류가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는 홍준표 대표를 뺀 대부분의 참석자가 법무장관 인사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등은 돌아가면서 권 수석의 장관 기용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인 김영선 의원은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실수가 많아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권 수석 일이 더 도드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원들 가운데 특히 ‘새로운 한나라’ 등 소장파 의원들이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당내 우려와 의견을 가감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청와대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실제로 권재진 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할 경우 소장파 의원들이 집단으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는 홍준표 대표가 전날 “법무장관은 행정을 하는 자리다. 개인적 문제가 없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기고 있다. 홍 대표를 통해 당의 반발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기대도 엿보인다. 이날 이 대통령과 홍 대표가 청와대에서 40분간 독대한 자리에서도 이런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설명하고 있다. 잘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준범 안창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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