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올해도 도서 목록 발표 안해
“소통기회로 살릴 수 있는데…”
김대중·노무현정부는 ‘독서정치’
관심사 알리는 계기로 활용
“소통기회로 살릴 수 있는데…”
김대중·노무현정부는 ‘독서정치’
관심사 알리는 계기로 활용
청와대는 올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휴식은 휴식이라는 차원에서 푹 쉴 예정으로, 대통령께서 챙겨가실 순 있어도 비서진이 챙겨주는 책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휴가는 그냥 쉬는 것 이상이다. 언제, 어디로, 얼마 동안 가는지 화제가 되고, 중요한 정국 구상도 이뤄진다. 더불어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을 책의 목록도 은근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이 대통령은 2008년 휴가 직전 청와대 직원들한테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를, 2009년엔 <넛지>를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 때 종이책 대신에 ‘전자책’(e북)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서 목록을 발표하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저런 얘기는 있었지만 집권 뒤 정식으로 휴가지에서 읽을 책의 목록을 발표한 적은 없다”며 “휴가철에 책을 나눠주던 일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휴가지 도서 목록은 대통령의 관심사를 짐작하게 하는 신호 구실을 한다. 정부 정책에 반영될 경우도 왕왕 있어 관가와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곤 한다. 세인들에겐 일종의 휴가철 독서 지침도 된다.
통상 대통령의 도서 목록은 청와대 비서진의 합작품이다. 휴가철을 맞아 비서실별로 추천을 받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별로 국내외 신간 서적이 ‘초벌 목록’에 오르고, 홍보수석실과 부속실이 협의해 최종적으로 걸러진다. 이 대통령 집권 초기엔 박형준 홍보기획관(현 사회특보) 등이 주도했다고 한다. 한 전직 청와대 비서실 인사는 “대통령한테는 책 한 권이 그대로 올라가거나, 전문 서적은 요약본이 만들어진다”며 “엠비 정부에선 책 목록을 공개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책일 경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어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도서 목록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도서 목록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꼼꼼하게 줄을 치며 읽던 독서법도 화제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수십권의 책을 추천하는가 하면, 저자를 발탁하는 등 이른바 ‘독서 정치’를 펼쳤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 목록이 화제가 된 것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분에 한 권을 읽는 속독가로 유명했고, 1961년 한 잡지에 대통령의 애독서 10권이 실리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 목록에 들어 있던 첩보소설 ‘007 시리즈’는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뒤 미국에선 매년 대통령의 휴가 가방에 들어가는 책 목록 공개가 관례가 됐다.
목록을 공개하면 긍정적 효과가 큰 데도 비공개하는 건 너무 민감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 소장은 “대통령의 도서 목록 공개는 대통령의 의중과 관심영역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무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꼭 그 책을 읽지 않더라도 자연스런 소통의 수단이면서 국민에게 책을 읽도록 권유하는 행위인데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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