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위기관리를 위한 비상대책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금융 비상대책회의서 재정건전성 강조
“내년 예산편성기조 전면 재검토 하라”
정치권 복지확대 요구와 갈등 빚을 듯
“내년 예산편성기조 전면 재검토 하라”
정치권 복지확대 요구와 갈등 빚을 듯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오늘 기성세대가 편하자고 하면 10년 후 우리 젊은 세대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위기관리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10년 전에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 한번 풀어놓은 것을 다시 묶으려면 힘이 든다. 정부는 오늘 세운 정책이 10년 후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책임감을 갖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권의 복지 강화 요구에 대해 외국의 예를 들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선거를 치르는 사람은 오늘이 당장 급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도록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발언이 여야 정치권의 복지 지출 확대 요구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 “갈등의 소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위기를 지나친 복지 확대 탓으로 돌린 이 대통령의 인식은 미국 재정위기가 과도한 국방비 지출과 낮은 조세부담률 때문이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감세를 추진하는 것도 모순된다.
이 대통령은 미국발 경제위기의 성격과 관련해 “우리는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 경제 형편이나 펀더멘털이 좋은데 외부에서 오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재정 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확대된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맞고 있어, ‘단기간에 연말에는 좋아질 것’이라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경제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을 점쳤다.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 말미에 “내년 예산편성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하면서 이들 두고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재정 건전성 강조 발언과 맞물려 복지 지출 감소 등 ‘긴축재정 편성 검토’라고 해석할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정하 대변인이 다시 나서 “(미국발 경제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예산을 정비하라는 것일 뿐, 과도하게 해석하진 말아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도 “예산 편성 기조를 바꾸는 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예산 편성에 반영하라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박정하 대변인의 브리핑이 앞뒤 맥락을 살피지 않고 거두절미하면서 애초의 발언 취지를 잘못 전달했다는 얘기다. 박 대변인은 “초짜 대변인의 미스로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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