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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공정사회→공생발전’ 바꿨지만…실천방안 없는 ‘말잔치’

등록 2011-08-15 20:55수정 2011-08-15 22:39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대통령 8·15 경축사] 알맹이 빠진 새 국정철학
윤리경영·자본책임·상생번영 강조
제도적 뒷받침 없어 추상적 개념만
청와대 “조만간 후속대책 내놓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66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꺼내든 ‘공생 발전’ 화두는 개념이 추상적인데다 내용도 모호하다. 구체적 정책이나 시스템으로 뒷받침된 것도 아니어서 이를 둘러싼 혼선도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먼저 “위기가 또 몰려오고 있다”, “경제 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등 ‘위기’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기존의 시장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공생 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말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탐욕 경영 → 윤리 경영’, ‘자본의 자유 → 자본의 책임’, ‘발전의 양 → 발전의 질’, ‘부익부 빈익빈 → 상생번영’, ‘일국중심 정치 → 글로벌 민주주의’, ‘이념의 정치 → 생활의 정치’, ‘고용 없는 성장 → 일자리 늘어나는 성장’ 등을 이 개념의 내용으로 세세하게 설명했다. 서구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중도좌파가 주로 제기했던 것들이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 경제와 재정을 무한정 투입하는 복지국가 모델을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래 ‘생태계형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었는데 너무 어려워 공생 발전이란 말로 풀어 제시했다고도 했다.

청와대가 설명하는 이 개념의 목표는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갑자기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꺼냈다. 공생 발전을 이루려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복지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 탓에 국가 재정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이 설명하는 논리구조다.

그러면서 2013년까지 균형 재정 달성, 비정규직 개선, 내수 활성화, 물가안정 등 기존 정부 정책을 반복했다. 다만 “대기업에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졌다.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무거워졌다”며 대기업 쪽을 겨냥했다. 공생 발전이란 용어는 이 대통령이 직접 고른 낱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매년 광복절에 새로운 국정철학을 제시해왔다. 2008년 첫 경축사에선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면서 임기 중 에너지 자주 개발률 18%(당시 5%), 그린홈 100만호 사업 등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부터는 화두가 추상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정사회’라는 화두는 말잔치로 끝났다는 비판이 여야 양쪽에서 제기돼 왔다. 공생 발전과 공정사회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애매하다. 이 대통령마저 이날 경축사에서 “이런 비전들(역대 세 가지)이 아직 현실에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잘 듣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반응은 시들했다. 한나라당 한 고위 당직자는 “복지 포퓰리즘이 안 된다고 한 것은 알겠지만, 맞춤형 복지가 뭔지, 논리와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은 해마다 8·15 경축사에서 그럴듯한 제안을 했지만 구호에만 그치고, 진정성 있는 정책과 예산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아 사회 갈등과 혼란만 조장해왔다”며 “실천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이 아니라, 공존하면서 생태계가 발전하는 숲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라며 “조만간 후속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안창현 김외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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