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일신계획 차질
MB 정국주도에 악재
MB 정국주도에 악재
26일 아침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예정에 없던 ‘시험지’가 놓였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긴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장직 사퇴에 대해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논평하지 않았다. 침묵에서 청와대의 복잡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일정표에 없던 서울시장 보선이 추가되면서 청와대의 국정운영 스케줄은 크게 엉클어지게 됐다. 애초 이 대통령은 오는 31일 재벌 총수들을 만나는 등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생 발전’을 축으로 정국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이르면 다음주 초 문화부, 복지부 등 3~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할 준비도 거의 마친 상태다. 하지만 10월 말까지의 보선 정국에서 이 대통령은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대목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완패와 4·27재보선, 8·24 서울시 주민투표에 이어 여권이 4연패의 늪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한쪽에선 이번 선거가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보수 결집의 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걱정이긴 한데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중요하다”며 기대를 접지 않았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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