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두우 수석 소환 통보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저축은행 로비 의혹과 관련해 15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사의를 표명하자 청와대는 일순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수석급이 검찰에 소환되는 건 처음이다.
김 수석은 청와대 원년 멤버로서 메시지 기획관,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홍보수석을 맡는 등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핵심 참모다. 그만큼 청와대의 곤혹스러움도 클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곧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 대통령이 곧 김 수석의 사퇴를 수리할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구속된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 쪽에서 로비자금으로 제공받은 15억원 가운데 일부를 김 수석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자금 흐름을 쫓아 왔다. 특히 검찰은 박씨가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관리하면서 상당한 액수의 상품권을 구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김 수석에게 건네졌는지를 확인해왔다.
김 수석은 이날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직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사의를 밝혔으며, 임 실장은 이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수석은 “착잡하고 억울해 마음과 몸을 가누기 어렵다”며 “청와대 수석으로 있으면서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가는 것 자체가 대통령을 모시는 도리가 아니라 판단했다”고 박 대변인을 통해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수석은 “이제 민간인으로 돌아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산저축은행 건과 관련해 어떤 로비를 한 적도, 금품을 받은 적도 결코 없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박씨와는 알고 지낸 지 10년 남짓 되지만 그 기간 박씨가 무리한 부탁을 한 적이 없다”며 “박씨가 처음 부산저축은행 문제를 꺼냈을 때에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그런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부에 칼날을 겨눴다는 점에서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 수석에게 소환을 통보했다면 뭔가 확증을 찾아낸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검찰이 이날 오후 김 수석에 대한 소환을 통보하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곧바로 김효재 정무수석, 정진영 민정수석,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 등을 모아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이 사법처리될 경우 임기 1년 반 정도를 남기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이 청와대 안에서도 손꼽을 정도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보수석이 그렇게 됐으면 청와대도 힘들어지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청와대 안에선 김 수석 사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급속히 가속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김 수석이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아직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를 접지 않으려 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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