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18일 경기도 과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에서 정전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자리 연연하지 않겠다”며
당장은 “원인규명에 최선”
청 “사퇴까지 시간 걸려”
당장은 “원인규명에 최선”
청 “사퇴까지 시간 걸려”
청와대가 전국적인 정전 대란 사태의 뒷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18일 최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버티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낮 기자들에게 “최 장관이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도 해봤으니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신호가 있어야 국무위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자회견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며 이날 회견이 ‘사퇴 회견’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장관이 오후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청와대가 의도했던 그림이 꼬여버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기류 속에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곧바로 춘추관을 찾아 해명에 나섰다. 그는 “최 장관 발언의 방점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데 있다”며 최 장관의 발언을 자진 사퇴로 해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최 장관의 거취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을 못했다. 이 관계자는 “지식경제부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이면서도 수습의 주무부처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국무위원을 감정에 따라 어떻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태 수습을 꼭 최 장관이 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꼭 최 장관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 장관 거취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진 사퇴를 바라는 청와대의 ‘희망’과 달리 최 장관은 일단 지경부 쪽에 큰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전력 등의 늑장보고, 부실보고 쪽에 사고 원인의 대부분을 돌렸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는 최 장관을 직접 경질할 경우 ‘꼬리 자르기’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 것을 우려한 것 같다. 이 때문에 최 장관 본인이 스스로 사퇴하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는 말을 언론에 흘리면서 최 장관 쪽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최 장관이 거취 표명을 유보하자 청와대는 이날 저녁 ‘선수습 후사퇴론’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사태 수습이 중요한 만큼 최 장관의 사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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