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회의 참석차 출국…원전축소 움직임 역행
청 “원전 찬-반 균형역할”…일본도 백지화서 후퇴
청 “원전 찬-반 균형역할”…일본도 백지화서 후퇴
이명박 대통령이 유엔에서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연설할 예정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과 스위스 등이 원전 폐쇄를 결정하는 등 국제사회에선 ‘탈원전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원자력 안전 고위급 회의’에서 할 기조연설 내용과 관련해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이유가 돼선 안 되고,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원전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로 회의에서 원전 확대를 둘러싼 의견 대립이 초래될 가능성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원전 세력과 친원전 세력 사이에서 우리가 균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3월13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책을 논의하고자 열리는 것으로, 한국·일본·프랑스 정상 등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21일 유엔 총회 및 원자력 안전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 등을 위해 20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안전하고 더 신뢰성 높은 원자력 에너지 확보는 계속 필요하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간 나오토 전임 총리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걸었던 ‘탈원전’ 정책 방향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다. <교도통신>은 노다 총리의 연설을 보도하며 “탈 원전의존으로 급속하게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경우 원전의 신증설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애초 2030년까지 14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으나 지난 3월말 간 전 총리가 이를 백지화했다.
두 나라의 차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도 드러났다.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19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의 원자력기구 본부에서 열린 제55차 총회 연설에서 “안전성을 높이면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59%까지 늘릴 것”이라고 원전 확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면 호소노 고시 일본 원전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선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일종의 컨센서스가 있지만, 속도와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일 도쿄 메이지공원에서 6만여명의 시민이 반원전 시위를 벌이는 등 조사에 따라 80%가 넘게 나오는 일본 내 ‘탈원전’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번 유엔 국제원자력기구 총회에선 원전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실행계획’(액션플랜)이 채택됐다.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 “실행계획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비교해 원전 안전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창현, 빈/오철우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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