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겨냥 비판 발언…박 후보 “재벌개혁 운동 폄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일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해온 ‘아름다운재단’의 대기업 기부에 대해 “순수한 나눔의 차원이 아니라면 굉장히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 고위 인사가 범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를 비판한 발언이어서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임 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회의원 시절에) 재벌 총수를 국회 청문회에 부르거나 대기업을 힘들게 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하면 기업들이 후원하겠다고 찾아온다”며 “순수한 나눔의 차원이 아니라면 굉장히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어 “박원순씨가 (대기업 기부로) 몇백억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의 정확한 성격을 모르겠다”고 말해, 박 후보가 받은 대기업 후원의 성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한나라당 출신의 강용석 의원(무소속)은 대기업 10곳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박 변호사가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에 150억여원을 기부했다고 주장하며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변호사는 이날 열린 <한겨레> <오마이뉴스>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대통령실장이 그런 언급을 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가 벌여온 재벌개혁 운동에 대한 심각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참여연대 시절 박원순은 재벌개혁에 섰고, 아름다운재단 박원순은 재벌을 사회공헌으로 유도했다”며 “(대기업 후원금 모금은) 개인적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일로, 모든 장부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투명하게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 캠프의 김형주 대변인도 “야권 통합경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 대통령실장이 야권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안창현 이지은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