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경호시설 터만 42억8000만원에 이르는 새집을 지어 이사를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앞장서 공격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어 “홍준표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아방궁’ 발언을 사과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끝내 침묵했는데, 이제라도 홍준표 대표와 한나라당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바 ‘아방궁’ 논쟁은 2007년 9월 보수 언론들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집중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에선 홍준표 대표(당시 원내대표)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당시 대변인)가 공격의 선두에 섰다. 홍 대표는 당시 “노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2007년 9월9일치 논평에서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인용한 뒤,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화마을 사저와 이명박 대통령이 살 내곡동 사저는 국민 세금으로 지어지는 경호시설만 봐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예정지의 경호시설은 2143㎡(648평) 규모이며 땅값에만 42억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반면 노 전 대통령 경호시설은 1788㎡(541평)에 2억59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나경원 후보의 2007년 논평을 퍼나르며, 나 후보의 입장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홍 대표와 나 후보 쪽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안창현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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