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경호처장 이어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MB “인적 개편 없다”
‘대운하 전도사’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MB “인적 개편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10·26 재보궐선거에서 20~40대 유권자들이 변화를 요구하면서 여권을 심판했지만, 이 대통령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28일 오전 참모진에게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참모진 개편보다 선거에서 나타난 뜻을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전날 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청와대 인적 쇄신 등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하루 만에 논란을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이 대통령이 전날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지만, 막상 ‘행동’으로는 전혀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이런 와중에 현 정부의 ‘보은 인사’는 계속됐다. 이 대통령이 전날 촛불시위 때 강경 진압을 주도해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유명한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에 임명한 데 이어, 환경부는 이날 ‘대운하·4대강 사업 전도사’로 알려진 박석순(54)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했다.
박 교수는 2007년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에 참여한 이래 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며 대운하 구상을 도왔다. 2008년 한 토론회에서는 “배가 다니면 스크루가 돌아서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 8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돌아온 이병욱 세종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지난해 국립생태원 추진기획단장에 임명된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환경생명공학) 등 대운하를 지지한 학계 인사들이 환경부 주요 직위를 꿰차게 됐다.
청와대가 계속 거꾸로 가는 것은 임기 말에 인적, 정치적 자원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만 해도 임 실장을 경질할 경우, 대안이 별로 없다. 임기 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도 어렵고, 예전 인물을 다시 쓰게 되면 ‘회전문 인사’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이 물러나면 재보선 책임을 대통령이 인정하는 셈이 되고, 후속 인사까지 포함해 잃는 게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를 1년4개월 남기고 국정운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젊은 세대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대통령실장 주재로 매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다수 청와대 실무자들은 벌써 “새로운 정책 대안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지만, 임기 말 보은 인사를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나라당도 홍준표 대표 체제가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요컨대, 여권 전체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엉뚱한 방향으로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민련(현 선진당)이 한때 55개 의석을 가졌다가 한꺼번에 몰락했듯,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아무도 이를 막을 힘이 없다”고 말했다.
안창현 남종영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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