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민주, FTA 맨손 방문 거절 한나라도 “다음에 오시라”
청에 방문연기 요청했는데 “가겠다” 일방통보했다 무산
15일 방문 일정도 불투명
청에 방문연기 요청했는데 “가겠다” 일방통보했다 무산
15일 방문 일정도 불투명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며 여야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방문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우리가 국민에게 설명을 하고자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찾아 낮은 자세로 직접 설득해 보자. 가서 기다리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정식 제의도, 사전 조율도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방문해서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는 것은 야당에 대한,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국회 방문 뜻을 접어야 했다. 청와대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조율한 끝에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15일로 미뤘다.
이날 ‘국회 방문 소동’을 통해 국회와 야당을 대하는 이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면모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충분한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통해 여야 대표를 만나는 자리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11일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여야 타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지금은 방문할 때가 아니라는 뜻을 어제 청와대에 정중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야당이 반대하자 여당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여야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런 뜻을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한 측근은 “야당이 반대하니 다음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어제까지 그렇게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아침에 느닷없이 국회 방문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역시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낮은 자세로 직접 설득해 보겠다. 가서 기다리겠다”며 국회 방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11일 아침 춘추관에서 대통령의 이런 뜻을 전달하면서 “이 대통령이 오후에 국회를 찾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야당 대표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이상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이 15일로 미뤄졌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아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가져오는 등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여야 만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송채경화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