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조기 등판·이상득 보좌관 체포·박영준 비리 의혹
이명박 대통령의 내리막길이 가팔라지고 있다. ‘미래 권력’의 상징인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 가시화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측근·친인척 관련 부패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8일 박 전 대표가 어떤 형태든 당을 접수해 내년 총선을 이끌 것이 확실해지면서, 청와대에선 안도와 걱정이 교차했다. 당이 대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박 전 대표 중심으로 안정을 되찾는 건 반길 일이지만, 한편으론 정국의 중심축이 급격히 박 전 대표 쪽으로 기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07년 당내 경선 때부터 이어진 친이-친박 갈등에서 친박계가 최종 승자가 된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자존심 상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박 전 대표가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그래도 박 전 대표가 이렇게 일찍 결심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측근 및 친인척 비리가 연거푸 터지면서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 쪽의 구명 로비와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아무개씨를 체포하자 청와대는 촉각을 세웠다. 자칫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머리가 띵하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의 한 측근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 의원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도 차츰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 이국철 회장 쪽한테서 술접대를 받을 당시 청와대 ㄱ 전 비서관이 동석했던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도 유동천(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한테서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사건은 아직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내 임기 중 측근 비리는 없다”고 단언해온 이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할 말이 없다”며 “큰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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