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 연설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대통령 신년사 들여다보니
천안함·연평도 언급없이 “기회의 창 열어놓아”
전문가 “그냥 기다리겠단 얘기” 싸늘한 반응
‘물가 3%’도 세계경제 침체로 예상치 수준
천안함·연평도 언급없이 “기회의 창 열어놓아”
전문가 “그냥 기다리겠단 얘기” 싸늘한 반응
‘물가 3%’도 세계경제 침체로 예상치 수준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안정적 국정관리’를 임기 마지막 해의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경제 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에 맞추겠다고 공개 선언하고, 북한에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낸 대목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새해 환경과 관련해 “세계 경제는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새로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한반도 정세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큰 변화가 예고된다”며 “정부는 상황을 관리하는 데 올해 국정의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 경제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 국정 목표로 ‘서민 생활 안정’을 제시하면서 물가와 일자리를 강조했다. 특히,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공언했다. 경제 성장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3%로 못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새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3.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정부 예상치를 갖고 “꼭 잡겠다”고 밝힌 셈이라 다소 김이 새는 모양새다. 세계 경제 침체로 기름값 등이 떨어져, 돌출 변수가 없는 한 물가 3%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초 신년 특별연설에서 ‘5%대의 고성장, 3% 수준의 물가 안정’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4.0%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물가지수 개편 덕에 크게 낮아진 수치였다.
■ 남북관계 이 대통령은 이날도 북한과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 사망 뒤 조금 달라진 태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북한의 핵관련 활동 중단 뒤 6자 회담 재개’와 ‘6자 회담 합의(비핵화) 뒤 경제 회복 지원’이라는 기존의 정책 틀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천안함, 연평도 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손을 내미는 자세를 보이는 데 역점을 뒀다”며 “우리가 내민 손을 북한이 맞잡을지, 뿌리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우리 쪽에서 먼저 적십자회담 등 대북 제안을 내놔야 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한반도 불확실성이 증대된 마당에 그냥 기다리겠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앞으로 1년 동안 남북 관계는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친인척·측근 비리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와 내곡동 사저터 매입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자신과 주변 문제로 사과의 뜻을 직접 국민에게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의원 측근과 부인 김윤옥씨 쪽 사람들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면서 도덕적 지탄을 받았다. 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이른바 측근 인사의 비리까지 이어졌고, 내곡동 사저터 매입 문제는 보수 언론마저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최금락 수석은 “신년 연설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조만간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류이근 기자 blue@hani.co.kr
※이 자료는 클릭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입니다.
▷ 한눈에 보는 ‘MB 가문의 비리’ 기획연재 바로가기
안창현 류이근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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