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당혹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8일 오후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를 박희태 국회의장 쪽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박 의장은 이날 저녁 도쿄 시내 한 식당 앞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거야 말할 것도 없지”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의장실 관계자도 “검찰에 죽 계셨던 분으로 검찰 수사가 필요하면 협조하겠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이날도 여전히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일본에 도착한 박 의장은 9일 제20차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APPF) 총회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10박11일 동안 일본·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스리랑카 등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돈봉투 전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박 의장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입장에선 임기가 이미 다 된 박 의장 쪽보다 청와대 핵심 멤버인 김 수석의 연루설이 더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김 수석 연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청와대는 도덕적 상처뿐 아니라 비서진 개편 등 후폭풍을 겪어야 한다. 일단, 검찰 조사 결과에 대한 김 수석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의장도 수사를 받겠다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경우 거부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다만 청와대는 고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비서진을 통해 돈봉투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자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 수석이 모르는 상태에서 밑에서 이뤄진 일이라면 직접적 책임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창현 송채경화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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