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부 핵심인사들 조언
박관용 “하던 일 정리 외에 길이 없다”
윤여준 “인사는 가장 민감한 분야”
박지원 “미래 위해 남북관계 풀어야”
박관용 “하던 일 정리 외에 길이 없다”
윤여준 “인사는 가장 민감한 분야”
박지원 “미래 위해 남북관계 풀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이 대통령 임기는 이제 딱 1년 남았지만 임기의 5분의 1이나 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행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정부의 핵심부에서 국정운영에 깊이 참여했던 인사들은 ‘성공적인 1년 마무리’를 위해 “그동안 해왔던 일을 차분히 정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이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 많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등산은 산에서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업적은 업적대로, 과오는 과오대로 정리해서 차분하게 새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전 정책실장은 한걸음 나아가 “국정운영 경험을 정리해 다음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참여정부는 77권의 보고서를 만들어 국정운영의 경험을 국가의 지식으로 저장하려 했다”고 말했다.
각론에선 관료 조직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주문이 많았다. 박관용 전 의장은 “대통령이 레임덕이라고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 관료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공무원은 총선 뒤 대선 후보들에게 줄서기를 할 것이고 복지부동이 아주 심하다”고 충고했다. 김병준 전 실장은 “이제부터 공직사회의 충성심 확보는 어렵다. 공직사회의 통제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인사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고언도 나왔다. 박관용 전 의장은 “집권 초기엔 의욕적으로 새사람을 많이 찾다가 막바지엔 자기 측근 위주로 인사를 하게 된다”며 “여기서 취약점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했고, <대통령의 자격>이란 책을 최근 펴낸 윤여준 전 장관도 “인사는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라며 “특히 사적 인연으로 사람을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남북관계를 위해 남은 기간이라도 이미 약속한 일을 해나가야 한다”며 “인도적 식량 지원,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등을 이어간다면 다음 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용 전 의장도 “국제사회가 복잡해지는 상황이라 기존 외교 관계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야간 접근 방향은 다르지만, 외교· 남북관계의 상황 관리에 힘써달라는 얘기다.
대통령 개인의 정서적 안정에 신경을 쓰라는 지적도 있었다. 박관용 전 의장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마음이 허약해지고 고독해진다”고 했다. 김병준 전 실장은 “정서적 기복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대통령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믿을 만한 대화 상대를 주변에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총선 이후 여야 양쪽에 대한 정무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같이 가려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손원제 성연철 기자 blue@hani.co.krA>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전 생각에 잠긴채 청와대 국무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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