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스페인 정상회담에 앞서 마리아나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는 사이 잠시 아래를 바라보며 서성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잇단 의혹에 깊은 침묵]
“장진수 일방주장…수사결과 기다릴 것”
개입 의혹 인물 임태희도 해명않고 침묵
답답한 참모들 “물이 목까지 차오른 셈”
“장진수 일방주장…수사결과 기다릴 것”
개입 의혹 인물 임태희도 해명않고 침묵
답답한 참모들 “물이 목까지 차오른 셈”
청와대가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행사라고 홍보해온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무사히 끝났으나, 28일 청와대에선 자축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행사에 신경을 집중한 지난 며칠 동안, 민간인 사찰 사건이라는 올가미가 점점 청와대의 목을 조여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재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며칠째 반복하면서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아직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무슨 말이든 꺼내면 자칫 검찰에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실제로 우리는 아는 게 없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당시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은 지금 모두 청와대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으로 최근 기자회견을 연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과 2년 전 구속기소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두 사람을 꼽았다.
답답하다고 문제가 봉합될 리 만무하다는 점을 청와대도 예감하는 듯하다. 이 사건의 몸통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 아니겠느냐는 세간의 수군거림을 청와대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통령이 이영호 전 비서관을 통해 ‘직보’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이 대통령은 실제 핵심 비서관의 경우 수석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따로 보고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에는 벼랑 끝에 몰린 듯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이 사건 뒤처리 과정에서 돈이 오간 사실이 밝혀졌고, 청와대 인사의 연루설이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는 점도 청와대로선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당장 이 사건 ‘몸통’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29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돼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자료 폐기를 자신이 지시했다며 몸통을 자처하고 나선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검찰 소환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청와대 참모들도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처지다.
만약 검찰의 재수사 결과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의 배후였다면, 또는 청와대가 검찰의 1차 수사를 ‘요리’했다면,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은 정황이라도 확인된다면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이 대통령까지 거명되고 있지 않으냐”며 “우리로선 물이 목까지 차오른 셈”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의 이번 재수사로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은 여전하다. 이영호 전 비서관의 윗선이 나오지 않을 때 국민적 의혹은 고스란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특별검사나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고, 새누리당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다. 청와대도 이런 수순을 예상하고 있다.
청와대 관련 의혹의 당사자들은 일부 해명을 위해 직접 나서는 분위기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퇴임 100일을 맞아 본인의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고려해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취업을 주선했던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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