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협정 연기 파장
야권, 이 대통령 사과 촉구
김성환 장관 등 퇴진 목소리
야권, 이 대통령 사과 촉구
김성환 장관 등 퇴진 목소리
정부가 29일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청와대는 게도 구럭도 잃은 처지가 됐다. 협정 체결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이를 추진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협정 체결 연기 움직임이 포착되자 청와대 안에선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국가간 공식 협정 체결식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보류한 것은 외교적으로 전례가 드문 비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이 대통령의 재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언론의 요청에 “대통령이 조만간 전자결재를 하실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유턴’은 당장 ‘빚잔치’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제2의 을사늑약 추진’이라는 여론의 비판은 계속될 것이고, 국가간 협정을 체결 30분 전에 연기한 ‘희대의 외교적 참사’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 불을 붙였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국무회의에서 비밀리에 협정 안건을 의결한 책임을 물어 김황식 총리의 퇴진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 없이 협정 체결이 추진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대통령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
청와대 안팎의 관심은 이제 ‘책임’의 수위가 ‘어느 선까지 갈 것이냐’로 모이고 있다. 일단 이번 일의 주무를 맡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퇴진론이 거론된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서도 김 장관의 사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이번 협정을 사실상 주도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 등을 지목한 야권의 공격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애초 추진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서 ‘군사’ 부분을 빼도록 결정하는 등 이번 협정 체결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야당은 현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대해 ‘남북관계를 후퇴시킨 주역’이라고 비판해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책임론과 관련해 “상황 파악을 더 해봐야 한다. 뭔가 조처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시작도 아마추어, 보류도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검찰 소환으로 ‘비리 정권’이라는 비판을 듣던 터에, 이제는 ‘외교무능 아마추어 정부’에 ‘친미·친일정부’라는 비판까지 듣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에선 초등학생 학급회의 수준도 안 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체결 뒤 벌어질 더 큰 반발을 예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김보협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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