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삭감에 보수진영 거부감 대변
박 당선인쪽 “국회 설득못한 정부의 잘못”
박 당선인쪽 “국회 설득못한 정부의 잘못”
청와대와 국방부가 1일 새해 예산안에서 국방비가 삭감된 데 대해 “안보를 희생해 복지를 하겠다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임기를 마치는 정부로서 ‘실권’은 없지만 국방예산 삭감에 대한 보수 진영의 거부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 쪽은 “안보를 경시한 게 아니다. 정부가 국회를 설득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을 만나 “국가안보에 대한 도전이 줄지 않았고 더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안보를 희생해 복지를 하겠다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가) 복지예산 지출은 경쟁적으로 올리는데, 국방예산은 경쟁적으로 깎고 있다. 국가의 우선순위에서 안보를 안이하게 보고, 안보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1조원의 국방예산이면 북한의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고급 군사정보’까지 공개하며 국회를 비판했다. 정부는 그동안 장사정포를 5분 안에 90%까지 파괴할 시스템(‘번개 사업’)을 비밀리에 개발해 왔는데 50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5000억원의 예산을 더하면 날아오는 포탄을 공중에서 요격(‘아이언 돔’)해 서울의 핵심 시설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4개 포대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택시 지원할 돈이면 북한 장사정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안보예산을 깎아 다른 곳에 돌리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국방비 수호’ 발언은 북한이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추가 발사 등 군사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이어 ‘노크 귀순’, 로켓 발사 정보 미탐지 등이 겹치면서 ‘안보 무능’이란 비판이 높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보를 강조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방비 감축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342조원 규모의 2013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복지예산 등 4조3700억원을 정부안보다 늘렸고, 다른 분야에서 4조9100억원을 깎았다. 국방예산 감액은 2898억원이다. 전체 감액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국채이자 조정(1조4000억원)과 예비비(6000억원) 부분을 제외한 사업비 감액 분야만 따져도 10% 정도다. 다른 분야의 예산도 많이 깎인 것이다. 마치 복지예산 확충을 위해 국방예산만 피해를 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다소 과장돼 보인다.
또 청와대는 무기도입 예산이 깎인 점을 강조했지만, 무기도입을 중단한 게 아니라, 계약 체결지연에 따른 것이다. F-X(차기 전투기, 1300억원), 대형 공격헬기(500억원), 해상 작전헬기(200억원) 사업, K-2전차사업(567억원) 등이다. 100억원이 감액된 장거리대잠어뢰(홍상어) 사업은 시험발사 실패의 원인규명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국방예산 감축에 대한 반발에 “행정부가 국회를 설득했어야지, 절대로 (안보를) 경시한 게 아니다. 어디 그런 말이 다 있느냐. (행정부가) 국회를 설득 못한 걸 반성해야지”라고 맞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도 주요하지만 (관련 예산을) 다 반영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국방예산 감액분 2898억원은 이른바 지역구 ‘쪽지예산’의 최대 희생양으로 꼽히는 저소득층 의료급여 예산 삭감액(282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예결특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도 “F-X사업은 사업계획이 정상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적정예산을 계약 단계에 주는 것이고, K2전차는 부대조건을 달아 예산을 책정하는 등 줘도 못 쓰는 예산을 줄인 것이다. (국방예산 삭감에) 새누리당도, 국방부도 불만이 없었다. 다만 총액이 깎이니까 볼멘소리가 나오나본데, 방위사업청 예산은 이월·불용 예산이 워낙 많다. 필요 없어서 삭감됐을 뿐 사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청와대나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그 정도 돈이면 북한의 위협을 완전 제압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과장된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누적 국방비 지출을 보면 한국이 북한보다 10배 정도 더 썼다. 그런데 아직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는 건, 정부 스스로 안보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다. 국방비가 부족해 안보가 불안해진 게 아니다. 큰 폭도 아니고 소폭의 예산 삭감을 두고, 국방장관과 청와대가 국회를 비난하고 나선 건 적반하장격”이라고 비판했다.
안창현 하어영 김외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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