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강경 반응 왜?
입찰비리·예산낭비 불거지자
박 대통령, 비판적 태도 돌아서 ‘전-현 대립’ 비치는 데는 경계
총리실 조사위 구성 등 탄력
입찰 비리 고강도 수사 예고 “진실이 언제까지 가려지겠나? 언젠가 드러날 일이었다고 본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실제로는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 청와대 인사가 11일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전 정권을 일부러 표적으로 삼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드러나는 사실을 감싸줄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감사원 발표 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강경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전모를 확실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안에 대해 내놓는 ‘싸늘한 반응’이 이 수석의 발언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처음부터 4대강 사업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앞으로 홍수기를 지나보고 결과에 따라 잘못된 점이 있다면 위원회 등을 구성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된 뒤 4대강 관련 감사 결과가 나오고 비리가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막대한 예산 낭비를 파악한 뒤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더 크게 느꼈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이번 기회에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긋기’를 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여론이 전반적으로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라는 점도 염두에 뒀다. 앞으로 홍수나 녹조, 부실공사 등 문제가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확실하게 해두지 않으면 현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일이 ‘전 정부 대 현 정부의 대립’으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싸움을 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어제 나온 감사 결과는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한 사안이다. 결과가 나왔으니 이에 따라 국회가 후속 조처를 하고 정부도 문제를 보완해가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비리 등을 통해 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시도하는 일 등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 조사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감사원의 4대강 관련 감사 결과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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