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투쟁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천막 상황실에서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 둘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박준우 신임 정무수석(왼쪽 둘째)과 이정현 홍보수석(맨 왼쪽)이 동행했다. 뉴스1
박대통령, 복귀 첫날 ‘깜짝 인사’
이번주 비서관 후속인사 예고
‘성과 없으면 누구든 바꾼다’
파견 공무원 대거 복귀시킬듯
“더 강력한 친정체제 가능성”
이번주 비서관 후속인사 예고
‘성과 없으면 누구든 바꾼다’
파견 공무원 대거 복귀시킬듯
“더 강력한 친정체제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깜짝 인사’를 단행한 것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여름휴가를 보내며 하반기 정국 구상에 몰두한 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업무 복귀 첫날부터 인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일종의 충격요법을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몇몇 측근들만 며칠 전에 감을 잡았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준비됐다. 이번에 교체 대상이 된 한 수석비서관은 지난주 금요일인 2일까지도 교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업무에 열중하다가 주말이 되어서야 교체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출범 162일 만에 이뤄진 이번 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5년 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을 교체했을 때처럼 ‘정국 돌파용’의 성격이 짙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으로 국회의 파행이 이어지고, 이에 맞춰 국정 운영 또한 더디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셈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공직사회를 다잡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인사 발표를 하며 “장관 교체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이번 인사는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 누구든 바꾼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 쪽의 설명이다.
이런 목표와 일정에 맞춰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청와대 비서관급에 대한 후속 인사도 할 방침이다. 비서관급 참모를 교체하는 초안은 이미 마련돼 있고, 여기에 새로 임명된 수석들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최종적인 인선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수석실별로 행정관급 직원들의 교체도 함께 진행된다. 청와대 비서실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셈인데, 청와대에 파견돼 있는 각 부처 공무원들의 물갈이 폭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개월 정도 함께 일해봤으니 이젠 어느 정도 옥석을 가릴 수 있을 때가 됐다고 본다. 청와대에 파견 와서 대충 지내다 경력 쌓아 승진하려는 공무원들은 (원소속 부처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이런 강경한 분위기는 대선 때 박 대통령을 도와 당선에 기여했던 핵심 참모들 사이에서 “공무원들이 일을 너무 안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각 정부 부처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다 직접적인 지시가 있어야 겨우 움직이는 등 ‘복지부동’ 수준으로 소극적이라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하반기를 맞아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지 않으면 취임 첫해가 아무런 성과 없이 그냥 지나가게 되고, 이렇게 되면 2년차부터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검찰 출신 비서실장을 통해 공직자들의 기강을 다잡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좀더 강력한 친정체제로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특히 정무수석 인사를 지목해 “충격적”이라며,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새 정무수석에게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임기 초니까 지지율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고 선거 등 정치 현안이 쌓이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도 소통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할 텐데 그런 고려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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