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확보·일자리창출 설득할듯
재계도 각종 요구 전달 가능성
이건희 회장은 건강탓 불참할듯
재계도 각종 요구 전달 가능성
이건희 회장은 건강탓 불참할듯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8일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연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간담회를 통해 우리 경제의 당면 현안인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박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외국 순방 때 수행한 대기업 회장을 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그룹은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에스케이(SK), 엘지(LG), 롯데, 현대중공업, 지에스(GS), 한진, 한화, 두산 등이다. 오찬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엘지 회장 등이 참석하지만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 이유로 다른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케이나 한화 등 총수가 재판중인 그룹도 전문 경영인이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10대 그룹 오찬간담회 다음날인 29일엔 중견기업연합회(회장 강호갑 신영 회장)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 예정이며, 이날 오전엔 청와대에서 제2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직접 초청하는 것은 여러 의미를 담은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 최대 국정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로서도 세수 확보나 일자리 부문 등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9월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하는 상황에서, 재계가 상법개정안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
재계 역시 박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통해 투자 활성화와 고용 확대를 당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가시화된데다 인도 등 신흥국 위기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초청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실물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 간담회가 대기업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계로서도 상법 개정이나 통상임금 문제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정부에 요청할 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활성화’를 중심에 둔 박 대통령의 행보는 향후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국정을 풀어가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9월 초 순방을 떠나기 전 여야 대표회담을 수용해 꼬인 정국의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야당의 장외투쟁 등을 근거로 대표회담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대신, 당장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관련 행보에 방점을 두고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G20 정상회담 이후 베트남에 나흘이나 머물며 세일즈 외교를 펴는 것도 이런 구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틈날 때마다 “경제살리기에 모든 걸 쏟아붓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석진환 이형섭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