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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정국해법 제시 없이…또 정치권 불신 드러내며 훈수두기

등록 2013-08-26 20:15수정 2013-08-27 00:39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걸어들어오고 있다. 왼쪽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오른쪽은 박준우 정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걸어들어오고 있다. 왼쪽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오른쪽은 박준우 정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정국 강경 발언 배경
‘민생’ ‘국민’ 수십차례 언급하며
정치권 법안처리 연기에 불만
높은 지지율에 자신감 얻은듯

청와대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자신만 옳다 하면 국민들 피로”
“저는 6개월 동안 거의 휴일 없이 국정과제와 국민의 안정적 삶을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주어진 하루는 짧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아침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취임 6개월을 맞는 소회를 밝히며 한 말이다. “국민들에게 부여받은 시간을 함부로 소모하거나 낭비하는 것은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저도 사심 없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특히 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정치권 모두가 민생을 위해 정쟁을 접고 국민을 위해 나서야 한다.”,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와 금도를 넘어서는 것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파행으로 몰게 될 것이고 그것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등 지금껏 여의도 정치를 싸잡아 비판했던 ‘훈수두기 어법’도 반복됐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쟁’을 비판하며 사용한 ‘민생’과 ‘국민’이란 단어만 각각 10여 차례다. 자신은 ‘사심 없이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시급한 민생 관련 법안 처리 등을 처리해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거침없이 밝혔다. 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도 않았고, 활용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면서도, 정작 야당이 주장한 국회차원의 개혁이 아닌 국정원의 ‘셀프개혁’을 역설했다. 그는 “조직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되었다”고 강조했다.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남재준 원장이 진행해온 국정원 조직개편을 개혁으로 규정하며, 내가 알아서 할테니 야당은 민생문제나 신경을 쓰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야당이 요구한 회담에 대해서도 “민생회담은 언제든 여야지도부와 만나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청와대가 줄곧 주장해왔던 ‘5자 회담’ 형식을 고수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3자회담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최경환 원내대표도 꼭 자신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의 참석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취임 6개월을 맞아 실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54~70%를 넘나드는 국정운영 지지도에 고무된 결과로 보인다. 야당이 붙들고 있는 국정원 사건이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탓에 국민들의 관심이 많지 않다는 판단 속에,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자신에게 불리한 주제를 넘어서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대통령의 이런 ‘정치 무시’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곧 9월 국회가 열리는데, 이런 식으로 야당을 윽박지르기만 하면 결국 시간을 손해 보는 것은 정부와 박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인사도 “정무 쪽에 전략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사안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대통령만 옳다고 주장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박근혜 ‘가림막 지지율’, 각성이 필요하다 [한겨레캐스트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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