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성과 설명’ 초청 가능성
5자회담 생각 안바뀌었단 말도
5자회담 생각 안바뀌었단 말도
7박8일 간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10일 오후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는 꼬일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야의 계산법이 제각각이라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해법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 중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지금은 외교만 생각하고 있다. 국내 문제는 고민할 틈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대통령 순방 중에도 청와대 내부적으론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담 의제와 형식을 두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 사이에서 최소한 황우여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이라도 청와대가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뒤 처음 열리는 정기국회여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여당이 원하는 민생법안은 물론 예산안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의 파행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박 대통령이 결국 이번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형식을 빌려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다만 이는 청와대 참모들과 여권의 희망사항일 뿐, 지금껏 여의도 정치에 냉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해왔던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추석 연휴 전까지 정국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제안한 대로 민생 현안만을 논의하는 5자 회담(대통령과 여야 대표+여야 원내대표) 형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순방 직전 ‘제가 만남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순방 기간 동안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할 이유도, 계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