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연계 수차례 반대” 밝혀
청와대와 갈등 이유 사퇴 분명히
청 “좀 지켜보자” 속으로는 부글
청와대와 갈등 이유 사퇴 분명히
청 “좀 지켜보자” 속으로는 부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표 반려에도 불구하고 29일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며 장관 업무에 복귀할 뜻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감찰 조사에 불응하며 사표를 던진 채동욱 검찰총장에 이어 진영 장관의 항의성 사퇴로, 청와대가 잇달아 고위 공직자의 ‘사퇴 파동’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진 장관은 이날 낮 서울 신사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장관실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들렀다 기자들과 만나 “사의를 허락해 달라”고 밝히면서, 사퇴 이유가 기초연금제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진 장관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에 반대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는 오전에 최원영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이 이례적으로 직접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오해를 풀겠다”며 설명에 나서는 등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최 수석의 설명 직후 진 장관이 곧바로 ‘양심’을 거론하며 국민연금 연계 방침을 대놓고 비판하는 바람에 청와대의 설명이 오히려 파문만 더 키운 꼴이 됐다. 더구나 최 수석의 설명은 핵심 쟁점도 비켜갔다.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중엔 가입을 하지 않았으면 기초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노년층이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도, 최 수석은 “국민연금을 장기가입한 사람이 (보험료에서) 손해 보는 게 아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재정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등 이미 알려진 주장만 되풀이했다.
진영 장관의 사퇴 의사가 완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와대는 해법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진 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어떤 방침을 내놓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좀 지켜보자”고 했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연락마저 끊은 채 외부에서 이뤄진 진 장관의 대응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교체할 경우 하반기 국정운영이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인사 정국’으로 흐를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시사게이트#12] 박대통령의 ‘후불제 공약장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