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이 진행하는 창조경제타운 포털사이트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진영 장관 사표 수리
청와대 “개각은 분명 없다”
공약 후퇴·인사 파문 등에
“비판 피한다고 문제해결 안돼”
여당 내 “박대통령 불통 국정
나중에 크게 부러질까 걱정”
‘김기춘 부통령’ 등 참모진
국정 장악 무리수 우려도
청와대 “개각은 분명 없다”
공약 후퇴·인사 파문 등에
“비판 피한다고 문제해결 안돼”
여당 내 “박대통령 불통 국정
나중에 크게 부러질까 걱정”
‘김기춘 부통령’ 등 참모진
국정 장악 무리수 우려도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항명성 사퇴’ 의사를 거듭 밝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결국 수리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진 장관을 겨냥해 “비판을 피해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이번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과 그에 따른 인사 파문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국무위원, 수석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모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비판을 피해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진 장관의 사표 수리 방침을 밝혔다. 정 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심히 유감”, “책임 회피” 등 신랄한 용어를 써가며 진 장관을 맹비난했다. 정 총리는 “진 장관이 보여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대선 공약집과 인수위 국정과제 자료집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인데, 그게 소신과 달랐다면 장관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또 “중차대한 시기를 코앞에 두고 무책임하게 사의를 표하는 것은 국무위원으로서 책임 회피”라고 했다.
청와대가 전날 채동욱 검찰총장에 이어 진 장관의 사표까지 수리한 것은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공약 후퇴에 인사 파동까지 겹쳐 있어 위기를 돌파할 ‘묘수’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가 정상화되긴 했지만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 등을 계기로 야당이 거센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지며 내년도 예산안 심사나 민생입법 처리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일단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 등 특단의 조처 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일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개각설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개각은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인사 수요가 발생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인선을 해야겠지만, 이미 짜인 지금 체제를 통째로 흔들지 않고 가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등 공약 수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변화’ 대신 ‘설득’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기초연금안에 대해 청장년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많고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현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 성숙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재정지출이 계속 늘어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존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고 현 시스템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 이번과 같은 국정 혼란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진 장관의 ‘항명성 사퇴’,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 양건 감사원장의 전격적인 사퇴 등 잇따른 인사 파동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 중심의 2기 청와대 참모진을 앞세워 모든 것을 틀어쥐고 통제하려는 ‘불통 국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부처, 부처와 부처 간 갈등이나 정책을 조정하는 대신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에 따라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일을 풀려다 보니, 각 부처의 내부 불만은 깊어지고 청와대는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왕 실장’ 수준을 넘어 ‘부통령’ 소리를 듣고 있는 김기춘 실장 중심의 2기 참모진이 더욱 확고하게 국정을 장악하려 들면서, 청와대가 주도하는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 방식이 더 깊고 넓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기독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청와대 참모는 절대로 내각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가 노출됐다면 참모진과 내각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대화와 타협, 양보와 이해 쪽으로 변해가야 할 텐데,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을 계기로 오히려 더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당장은 버티겠지만 온통 ‘강경파’들에게 둘러싸여 나중에 크게 ‘부러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공약후퇴·인사파동’, 기로에선 박근혜 정부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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