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식서 “기초연금, 국민연금에 연계…공단 직원들에 죄송”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에 반대하며 청와대와 대립해 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취임 200여일 만에 장관직에서 내려왔다. “복지는 내부의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뼈 있는 말도 했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장관 취임 뒤)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했을 때 공단 직원들이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연계시키지 말아달라’는 그 부탁만 했다. 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처 수장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청와대가 밀어붙인 국민연금 연계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힌 셈이다.
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이임식에서 진 장관은 이어 “국방은 외부의 적을 막고 복지는 내부의 적을 만들지 않는다. 복지를 잘해야 국민들이 대통합을 하고 민족갈등을 없애고 대화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기초연금안이 자칫 국민통합을 해칠 수도 있음을 우려한 흔적이 보인다.
진 장관은 스스로 떳떳하게 장관직을 그만둔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제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이제 물려나려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비난을 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여러분이 저를 손가락질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표시한 뒤 이임식장을 떠났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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