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서 양자회담 일정 빽빽
‘동시다발 FTA’ 전면화 전략
전문가들 “깊은 고민 부족”
‘동시다발 FTA’ 전면화 전략
전문가들 “깊은 고민 부족”
“전체적으로 포커스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춰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7일 잇따라 열린 ‘한-캐나다’, ‘한-멕시코’, ‘한-페루’ 양자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며 내놓은 총평이다. 박 대통령이 상대 국가와 당면 현안을 논의하는 양자 외교에서 1대1 자유무역협정 진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 일정을 보면, 대부분의 정상회담이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과 관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아펙에서뿐 아니라 9~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정상회의에서도 잇따른 양자회담을 통해 이런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8일 저녁 브루나이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9일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양자회담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호주, 미얀마 정상들과 개별 회담을 연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우리 기업의 현지 인프라 사업 참여 확대를 요청하고 자원·에너지 분야 협력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참여 선언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에 대해서도 이번 순방을 통해 ‘사전 포석’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티피피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데, 박 대통령이 이번 양자회담을 한 국가들은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티피피 협상 참여국이다. 조원동 수석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번 아펙에서 티피피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티피피 참여 국가들과 1대1 자유무역협정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나중에 티피피에 참여할 때 치르게 될 비용을 줄이고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는 방식으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도 한-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고, 11~12일 인도네시아와 정상회담에서도 자유무역협정 추진 일정이 주요 의제로 올라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정부의 향후 통상정책이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창조경제’와 더불어 경제살리기 정책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요즘 (박 대통령이) 국제선만 타면 자유무역협정 얘기를 하는데, 이는 수출 대기업 위주의 통상정책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양극화를 조장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내팽개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과잉 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올 경제적 비용에 대한 깊은 고민도 부족해 보인다. 한마디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이중삼중의 자유무역협정 고리가 계속 쳐진다면 우리 사회 약자 계층만 더욱 취약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나이/석진환 기자, 황보연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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