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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애인도 없는데 결혼이라니

등록 2014-01-29 14:45

연애 못하는 노총각에게 결혼 대박 운운하는 셈인 ‘통일 대박론’
국제정치 무시한 초현실적 논의보다 햇볕정책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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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과는 달리 강대국 패권정치가 여전히 발로할 수 있는 공간이 동북아시아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 그 자체와 통일 과정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우 국제정치적 현상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2014년 벽두부터 우리 사회에 통일 바람이 불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발언과 보수언론의 통일 당위론은 사회적 프레임을 종북에서 통일로 변화시켰다. 또한 지난 1월22일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다보스포럼에서 대통령은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 개선과 비핵화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통일은 곧 국제사회에도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논리를 피력한 것이다.

국익에 부합하는가라는 고민 부족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이 분단을 해결할 수 있는 종착역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 이후 불고 있는 통일대박론은 마치 연애도 못하고 있는 노총각·노처녀에게 ‘결혼이 대박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 사랑을 하고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결혼이 무조건 최고다’라고 외쳐대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못해 매우 초현실적이다. 남북 간의 관계가 지향하는 통일 역시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할 것인가라는 과정론적 고찰 없는 통일관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통일을 주장하는 목소리 근저에는 북한의 붕괴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해방과 동시에 굴레처럼 우리에게 덧씌워진 비정상이었으며, 약 70년의 세월이 흘러 오히려 분단이 어색하지 않은 정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의 선호를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곧 역사의 비정상화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그러나 통일 정책은 정책의 대상인 북한을 고려해야 하며, 이 분단의 중요한 원인인 주변국과의 공조도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 국가다. 동북아시아는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부상이 빚어내는 강대국 국제정치가 적나라하게 연출되는 곳이다. 중국의 부상을 주의 깊게 주시하는 미국의 뒤편에는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자기 안보에 결정적이라고 믿는 북한의 핵정치가 동북아시아에는 존재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강대국 패권정치가 여전히 발로할 수 있는 공간이 동북아시아인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 그 자체와 통일 과정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우 국제정치적 현상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는 통일대박론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바로 ‘어떠한 통일이 우리에게 대박이 될 것인가’라는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통일 과정과 정책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되는가라는 진지한 상상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북한의 국가적 붕괴 사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군부 세력 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다수의 시민이 사망하고 대규모 탈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외부의 인도주의적 개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급변 사태시 개입을 통해 한국 주도형 흡수통일이 가능하다고 상상하는 흡수통일론이다.

급변 사태시, 미국보다 강할 중국 영향력

그러나 우리의 군사적 개입에도 북한 군부 전체가 투항할 가능성은 적으며, 일부 혹은 다수의 군부는 한국군의 북상을 침략으로 간주해 맹렬히 저항할 것이다. 우리의 군사적·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중국에 북한은 포기할 수 없는 역사적·지정학적 그리고 경제적 공존의 대상이다. 한-미 연합군의 북상은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증폭시킬 것이며,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유대관계인 북한의 국가적 소멸을 중국이 좌시할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즉, 흡수통일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급변 사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오히려 미국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 중국에 북한의 국가적 붕괴는 곧 자국의 안정과 정치 변동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것이 곧 미국 패권의 확대라고 인식될 때, 중국의 정치·군사적 개입은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급변 사태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마치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국가적 붕괴가 초래할 급변 사태는 미국의 적극적 개입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군사력을 통한 통일은 대규모 군사적 소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연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즉, 중국·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북한 지역에 미군이 적극적으로 북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긴 전쟁을 통해 전쟁 피로감에 빠져 있는 미국이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북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 한-미 동맹은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는 데 유효한 안보적 도구다. 이는 한국의 이익에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 자체가 한국의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데 태생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 북한의 급변 사태가 통일을 초래하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의 적극적 개입, 미국의 현상 유지 혹은 미-중 간 공조를 통해 복잡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즉, 북한의 급변 사태가 곧 북한의 국가적 소멸로 이어질 것이며, 이것이 곧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상은 매우 초현실적이다.

지속적 대북협력과 현실적 대북정책 절실 

통일 한반도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시대적 순응이며, 정당한 역사적 진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과정은 평화로워야 한다. 통일 대박론은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한 측면에서 정당한 담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적 방법론에 근거한 통일 담론은 이시기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얼마나 우리가 자생적이며 실천적인 국가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와 미국·중국과 얼마나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북한의 급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 포용정책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북한의 개혁세력이 자생적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남북협력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북한 인민의 대남 위협 인식을 완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북정책이 절실한 때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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