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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인사커녕 수첩만 뒤적…“현 정부 최대 실책은 인사”

등록 2014-02-24 20:43수정 2014-02-25 10:59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24일 오전 참여연대 간부들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법치를 무너뜨렸다며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해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24일 오전 참여연대 간부들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법치를 무너뜨렸다며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해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 1년] ‘수첩인사’의 비극

“현 정부의 최대 실책은 인사 문제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2012년 8월17일. 당시 경선 후보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에스비에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박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회전문 인사,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를 잇달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인사 실패’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정부에 대한 불신도 이런 인사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불행히도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소통이 안 됐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호되게 몰아쳤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그해 12월1일 경남 창원역 광장 유세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가 유능해지려면 무엇보다 탕평인사로 일 잘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천하의 인재를 등용해서 최고의 일류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5일로 박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았다. ‘육법당’(육사·서울법대) 인사, 회전문 인사,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 ‘인사 실패’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양건 감사원장은 감사위원 임명과 관련한 청와대의 외압을 주장하며 헌법에 보장돼 있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했다. ‘나 홀로 사설검증’, ‘늑장 인사’ 논란 속에 박 대통령이 새로 지명한 황찬현 감사원장은 주요 현안에 대한 무소신과 불법 위장전입·병역면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야당의 반대 속에 임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황찬현 감사원장의 경우 지명까지 두 달 남짓 ‘장기공백’이 있었지만 고위 공직자 추천·검증을 맡는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그 역시 ‘윗분’의 뜻을 받드는 정도에 그쳤다는 얘기다.

김용준·이동흡·김종훈·윤창중…
정권 1년 고위직들 인사 뒤 낙마
‘나홀로 인사’ ‘밀봉 인사’ 지적받아

수첩 중시 인사방식 ‘유신그늘’ 짙어
아버지 모신 김기춘 등용하고
수첩외 인물 채동욱 ‘찍어내기’
“국민 눈높이 못맞춘 인사가 참사로”

박근혜 정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의 ‘수첩인사’였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정권 1년차를 책임질 핵심부처 장관 후보들의 사퇴가 잇따르자 ‘낙마하기 위해 임명됐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박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데려다 쓰는 청와대 참모진 역시 내정됐다가 얼마 못 가 조용히 교체되는 일이 자주 반복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대학교수·연구원 등 전문가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1일 공개한 국정운영 평가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전반이 실패했다’는 응답은 57.6%(144명)에 달했다. 특히 정책 실패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두 번째로 많은 61명(42.3%)이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들었다. <한국일보>가 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잘 못한 분야’로 ‘고위직 인사’를 꼽은 이들이 34.5%로 가장 많았다.

‘나 홀로 인사’, ‘불통 인사’, ‘깜깜이 인사’, ‘밀봉 인사’, ‘수첩 인사’라는 수식어가 박 대통령 임기 첫해 내내 따라다녔다. 자신의 말처럼 “천하의 인재를 등용”하지 않고, 좁은 수첩장만 뒤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반면 수첩에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임명한 이들은 기어이 ‘찍어내는’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지며 임명 다섯 달만에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 혼외아들로 지목된 어린이의 개인정보 유출에 청와대 행정관과 국가정보원 정보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 인사에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유신통치’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자신의 ‘수첩’을 중시하는 인사 방식뿐만이 아니다. 실제 아버지 밑에서 일했던 이들이 수십년 뒤 ‘거짓말처럼’ 박 대통령 밑에서 다시 일을 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김 비서실장은 검사 시절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에서도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6일 해임된 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윤진숙을 그렇게 반대할 때 대통령이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대통령의 수첩도 이제는 한계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친박근혜계 의원도 “수첩이 다 떨어지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 혼자 하는 ‘사설검증식 인사’의 변화를 기대하며 나온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3일 임명한 천해성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불과 일주일 만에 경질했다. 박 대통령의 중용으로 육사 출신들이 장악한 청와대 안보라인의 폐쇄성과 함께 청와대의 인사 혼선 문제가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박 대통령은 한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청와대 대변인에 민경욱 전 <한국방송>(KBS) 앵커를 임명했다. 그는 불과 하루 전 한국방송의 저녁 메인 뉴스인 ‘뉴스 9’에 출연했고, 임명 당일 아침까지도 한국방송 편집회의에 참석한 현직 언론인 신분이었다. 국회에서 한국방송의 공정성 확보 문제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윤리와 방송 공정성 논란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는 인사였다.

김종배 정치평론가는 24일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맞지만 그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이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고집을 부렸을 때 그 결과가 인사참사로 나타난다”고 했다. 수첩을 버리고 공적 인사 시스템을 통해 자격을 갖춘 제대로 된 인사들을 발탁하라는 주문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대선공신들도 “인사·소통에 문제 있다” [성한용의 진단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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