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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실패’ 윤진숙… ‘애물단지’ 현오석… ‘공안통 전위대’ 황교안

등록 2014-02-24 20:44수정 2014-02-25 10:43

[박근혜 대통령 1년] 수첩인사 유형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의 용도를 직접 설명한 적이 있다. 2012년 9월10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대통령은 “만나는 많은 국민들의 사연을 기억하기 위해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닌다. 수첩은 국민들과 소통하는 수단이다”라고 했다. 수첩이 민원 해결이나 정책 아이디어의 ‘불쏘시개’정도로 쓰인다면 좋은 일이다. 반면 언젠가 적어놓은 몇 줄의 내용이 공적 인사 시스템을 대신해 국정의 중요 직책을 맡을 총리와 장관 임명의 ‘결정적 자료’로 쓰인다면 문제가 커진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한 인사의 대부분은 그런 ‘수첩 인사’에서 촉발됐다.

■ 예고된 인사 참사 야권을 향해 “정말 더러운 시궁창 세력” 등의 막말을 일삼던 칼럼니스트 윤창중씨를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인 대변인에 발탁하자 여야 정치권은 경악했다. 지난해 5월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중 행사지원요원 성추행으로 경질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미국에서 사법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 경질 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24일 박 당선인이 단행한 ‘1호 인사’가 바로 윤 전 대변인 임명이었다는 점에서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야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모래알 속 진주”라며 임명을 강행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예고된 실패’였다. 그가 장관 후보에 포함됐을 때 새누리당의 몇몇 최고위원들은 “윤진숙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우린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깜깜이 인사’였다. 결국 윤 전 장관은 전남 여수 기름유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했다가 “1차 피해는 지에스(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한 발언이 결정타가 돼 취임 295일 만인 지난 6일 전격 해임됐다. 박 대통령은 2008년 초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윤 전 장관을 인상깊게 보고 장관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윤 전 장관 해임 뒤 “대통령은 의원 시절에도 토론회나 세미나에 본인 발언시간때만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윤 전 장관이 토론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봤다’는 식의 얘기를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종훈씨 역시 보안에 급급한 ‘밀실 인사’의 전형적인 경로를 답습하다 지명 보름만에 자진 사퇴하는 촌극으로 끝났다. ‘신선한 인선’이라는 평가는 반나절만 유효했을 뿐,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까지 지낸 사람에게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정보통신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맡길 수 있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이 단 하루만에 확인한 상식적 사안들이었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 사퇴 뒤 3월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에 정부조직법 원안 처리를 요구하며 종주먹을 쥐어 격앙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 애물단지 현오석 숱한 경질론 속에 살아남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애물단지’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현 부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압축성장·경제개발의 밑그림을 그린 경제기획원(EPB)에서 일했다. 제4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 수립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정책 부작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통령만 쳐다보며 달려가는 경제부총리에 대한 경질 요구는 임명 직후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현 부총리는 지난 1월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이 터지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말로 불붙은 경질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박 대통령은 그에게 ‘옐로카드’만 내보이고 재신임했지만,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추진할 적임자인지를 두고는 여당에서도 고개를 젓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 부총리는 솔직히 존재감이 없는 식물장관이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 호흡척척, 공안통 전위대 실패한 인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정홍원 국무총리-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황교안 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공안검찰’ 출신 라인업은 더 할 나위 없는 호흡으로 박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현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황교안 장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속에 ‘청와대 꼭두각시’, ‘못난 장관’이라는 검찰 후배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는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수고가 많다”, “아주 많은 일을 법무부에서 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김남일 기자


대선공신들도 “인사·소통에 문제 있다” [성한용의 진단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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