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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박대통령 ‘드레스덴 제안’ 시험대 올랐다

등록 2014-04-01 21:49수정 2014-04-01 22:58

북 “잡동사니” 평가절하
박대통령에 인격모독 언사

공식채널 아닌 기사 형식 ‘여운’
“북 공식입장 확정안한듯”
정부 “예상된 범위안 반응”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서 공들여 내놓은 대북 3대 제안인 ‘드레스덴 연설’이 시험대에 섰다. 상대인 북한이 이를 “잡동사니”로 평가절하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거센 비난까지 쏟아낸 탓이다. 전날 발생한 서해 포격전에 이어 악재가 겹치면서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오지만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북한이 31~1일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내놓은 대남 비난은 강도가 매우 높았다. 북한 매체들은 드레스덴 연설에 대해 “시시껄렁한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은” 것이라고 비난했고, 박 대통령에 대해선 “정치철학이나 이념이 없”는 “괴벽한 노처녀”이자 “늙은 암탉”, “미시리(바보) 같은 년”이라고 인격모독에 가까운 맹비난을 퍼부었다. 공식 사설이나 논평이 아닌 주민 인터뷰 기사 형식이었지만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격앙돼 있었다.

북한이 욕설 수준의 저급한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박 대통령이 원칙을 중시한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치러지는 도중에 동해상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쏘면서도, 미국을 비판할 뿐 남한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이런 기류는 3월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전후해 급격하게 바뀐다. 당시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의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에 대해 비판했다. 또 북한 영변 지역의 핵시설물에 대해서도 “체르노빌급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자신들의 핵심 정책과 시설을 비난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2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로 “박근혜가 공화국의 핵문제를 걸고들며 도발적인 망발을 했다”며 발끈했다.

그러나 최근의 반응이 북한 당국의 ‘확정된’ 입장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비난이 조평통 등 대남 공식 채널이 아닌 언론매체를 통해 이뤄졌고, 그중에서도 사설이나 논평이 아닌 가장 낮은 수준인 기사 형식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북한이 아직 공식 입장을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드레스덴 연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앞으로 남한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북한의 감정적 반응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애초 계획과 기조대로 드레스덴 연설을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각 부처에서도 드레스덴 연설에 대한 후속 조처가 마련되는 대로 계속 발표해 나갈 예정이다. 청와대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이나 내부 인프라 구축 등 박 대통령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반응은 표현이 매우 저급하지만 예상된 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잠시 냉각기를 가진 뒤 다시 남북 관계를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격려 만찬에서 “이번에 독일을 방문해 독일의 발전상을 보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정부 차원의 통일 준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데는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드레스덴 연설의 구체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대내외적인 사전 정지작업에 공을 들이면서도, 가장 필요한 남북간 고위급 접촉 제안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북한 관련 전문가는 “현재 남북관계는 여러 현안으로 꼬일 만큼 꼬여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석진환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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